근검절약/박정란 방송작가(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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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4-19 00:00
입력 1997-04-19 00:00
두번째는 너무 멋쟁이라서 놀란다.어머니는 야하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셔서 다른 사람 눈에 멋쟁이로 보이신다.블라우스 소매가 낡아서 떨어졌는데도 속도 모르는 사람들은 할머니가 멋쟁이라고 놀란다.
세번째 우리 어머니는 유행가를 좋아 하셔서 200곡을 외워서 부르실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시는 것에 기함들을 한다.옛날 잠깐 친정 부모님을 내가 모시고 있은 적이 있는데 그때 우리집에 와 본 사람은 수많은 유행가집을 보고 다들 놀랐었다.
그 외에도 하나도 제대로 하시는 것은 없지만 창에서부터 고전무용,피아노,기타,요가,붓글씨 등 안해보신 것이 없다.거기다 남자친구는 사십세 이상은 절대사절이라고 못을 박아 우리들이 배를 쥐게 하시는가 하면 아직도 비가 오면 고독하시고 낙엽이 지면 쓸쓸하고 슬퍼 딸에게 전화를 하신다.
여기까지는 서론이고 본론은 이런 우리 어머니의 경제관념이다.옷을 한번 사시면 소매가 헤어질때까지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입으신다.택시를 타시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택시는 말할 것도 없고 가능하면 좌석버스도 안타신다.가끔 좌석버스를 타면 훨씬 편한데도 400원 아끼시려고 만원인 일반버스에 실컷 고생을 하고 들어오셔서는 스스로 당신 자신에게 욕을 하신다.당신이 인색하게 느껴지시는 것이다.
갈비구이를 먹으면 뼈를 다시 울궈 국물로 쓰시고 포장지는 뜯어 두었다가 반드시 다시 한번 쓸 곳에 쓰시고 유행지난 한복치마를 뜯어 예쁜 속바지를 만들어 입으시는 등 우리 어머니의 근검절약 사례를 얘기하려면 한나절로 부족하다.
생활로는 근검절약의 표본이고 정신적으로는 예술가인 우리 어머니가 별로 검소하지 못한 나에게 평생 투덜대시는 말씀이 있다.
『얘,넌 어째서 날 하나도 안닮았나 모르겠다』
1997-04-1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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