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대출」 외압실체 밝혀지나/은행단의 대출결정과정 석연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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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4-12 00:00
입력 1997-04-12 00:00
정태수 총회장은 지난 7일 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었다.『채권은행단 회의가 열리기 전 청와대에서 당시 이석채 경제수석을 만났더니 (대출과 관련) 제일은행에 가봐라고 했다』.이 전 수석이 은행단에 「손을 써놨다」는 뉘앙스로 전달됐다.외압이 있었음을 시사한 진술이다.
그러나 11일 신광식 전 제일은행장의 증언은 이와 달랐다.지난 1월8일 상오 9시 서울 조선호텔에서 산업·제일·외환·조흥 등 4개 채권은행단은 대책회의를 열어 정총회장의 주식담보 없이는 자금지원을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신 전 행장은 회의결과를 정총회장에게 전화로 알렸고 이어 청와대를 방문,이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당시 이 전 수석의 반응은 『가타부타 아무말없이 걱정만 했다』고 했다.
그런데 하오들어 은행단의 결정은 흐지부지됐다.결과적으로 4시 채권은행단 회의가 재소집됐고 여기서 1천4백33억원의 대출이 결정됐다.신 전 행장은 정총회장이 하오 회의에 앞서 호텔로 찾아왔고 『1월말 공장이 완공될 때까지 자금을 지원해달라』며 공장을 담보로 한 「후치담보」를 요청했고 채권은행단은 이를 받아들였다고 했다.당시 자금을 중단하면 은행 손실이 커진다는게 이유였다.
그러나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무엇보다도 신전행장이 청와대를 다녀온 뒤 은행단 결정이 바뀌었다는 것이다.정총회장도 이미 이전수석을 만나 대출에 대해 「OK」를 받아낸 상황이다.신전행장의 말대로 아무런 외압이 없는 상황에서 은행단이 정총회장의 요구를 100% 받아줬다는게 아무래도 석연찮다.
의원들의 추궁이 계속되자 신 전 행장은 정총회장이 『제일은행과 상의하라』는 이수석의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또 한보의 부도처리와 관련,22일 채권은행단 회의도중 이 전 수석이 『추가지원이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통화가 있었다며 결국 부도에는 『복합적 요인이 있었다』고 털어놨다.신 전 행장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전 수석이 한보사건의 중심에 있었지 않았느냐는 유추가 가능한 대목이다.<백문일 기자>
1997-04-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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