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파업 안일한 대처/박현갑 사회부 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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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3-27 00:00
입력 1997-03-27 00:00
이번 파업은 외형적으로는 노사 양측의 협상결렬에 기인한다.월급을 많이 올려달라는 조합원과 적자타령으로 대응한 고용주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관리·감독을 맡은 자치단체의 방관에 보다 큰 책임이 있다.파업을 막기 위한 사전노력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시장은 버스요금 조정권을 갖고 있다.버스요금이 임금 인상률과 함수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임금협상의 실질적인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럼에도 서울시의 경우,파업이 눈앞에 닥치기까지 『노사 양측의 문제』라는 원칙론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버스요금 실사결과 서울지역 89개 업체 가운데 75개 업체가 적자를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실사결과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이런 상황에서 임금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될 리가 없다.
과거 노·사간 임금교섭 때마다 정부가 요금 조정폭을 비공식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런 현실을 감안,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정부가버스사업을 「필수 공익사업」으로 분류한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보인 대처방식은 이상할 정도로 소극적이었다.
파업 돌입 2시간여를 앞두고서야 요금 조정폭을 제시했다.협상 결렬이 가져올 파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같은 안일한 대응 방식은 지난해 버스비리 사건을 계기로 사용자의 수익금 횡령 등 부실경영과 노선 조정의 필요성을 확인한 마당이어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협상결렬시 주동자 고발,파업손실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무노동 무임금 원칙적용 등의 조치는 그 뒤의 문제다.
서울시는 이번 파업을 계기로 『자치단체에서는 뭘하고 있느냐』는 출근길 시민들의 힐난이 행정기관의 무능을 질타하는 소리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997-03-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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