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관련자 소환 차일피일 “우보수사”/한보재수사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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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3-27 00:00
입력 1997-03-27 00:00
◎본격수사는 청문회이후로 미뤄질듯

한보사건 재수사에 나선 검찰의 더딘 걸음이 계속되고 있다.26일로 재수사 착수를 공식 선언한지 일주일째를 맞았지만,핵심 관련자의 소환 등 진전 상황은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김상희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기자실로 전화를 걸어 『별다르게 할 말이 없다』는 이유로 매일 하던 정례 브리핑을 취소하기도 했다.한보에 대한 대출경위를 가리기 위해 지난번 수사때 소환한 산업은행 부총재보 등 대출담당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등 기초조사에만 주력하는 실정이다.지난 1월23일 한보부도 직후 관련자 36명의 출국을 금지하고,4∼5일 간격으로 정태수 총회장과 전·현직 은행장,국회의원 등을 구속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던 1차 수사 때와는 전혀 딴판이다.

김현철씨의 비리 의혹수사도 물밑 작업만 계속하고 있다.

2천억원 리베이트 수수설과 관련,독일 SMS사로부터 한보철강의 냉연설비 도입을 중개한 크로바 교역 사장을 25일 다시 불러 조사한 것을 빼면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연일 우보행진을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이같은 행보는 국회 한보청문회가 끝날때까지 수사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이다.심재륜 중수부장은 『청문회 기간동안 충분한 시간을 벌겠다』며,적어도 국정조사 이전에 수사를 마무리할 생각을 없음을 분명히 했다.수사결과를 미리 내놓아 또다시 매를 맞지 않겠다는 측면도 있지만,국정조사에서 제기된 의혹도 검찰조사를 통해 매듭짓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혀진다.

지난번 수사로 한차례 걸러진 사안을 조사하다보니 자연 똑 떨어지는 수사 단서가 적을수 밖에 없다는 점 등 현실적 상황도 작용한 듯하다.재수사에 쏠린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킬만큼의 성과가 없다는 속사정도 한몫하고 있다는 관측이다.검찰 관계자는 『지난 21일 박태중씨로부터 압수한 물품에 대한 검토작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알맹이를 건지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거두었던 칼을 다시 빼든 이상,사건 관련자들의 소환은 곧바로 사법처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검찰의 고위관계자는 『언론에 집중적으로 의혹이 부각된 인사들을 조사한 뒤 그냥 돌려보내면 또다시 축소수사 시비가 일 것이 아니냐』는 말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검찰의 처지를 대변했다.<박은호 기자>
1997-03-2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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