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사회새로운 근대(성)를 위하여」/독 사회학자 울리히 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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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3-18 00:00
입력 1997-03-18 00:00
「저거노트(Juggernaut)」는 힌두교의 신인 크리슈나의 이름이다.이 신의 신상을 실은 거대한 수레에 치여 죽으면 극락환생한다는 미신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수레에 깔려 죽었다고 한다.「저거노트의 수레」는 행복과 파멸을 동시에 의미하는 저항할 수 없는 힘이다.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 교수(53·루드비히막스밀리안스대)는 현대 물질문명이야말로 「저거노트」의 빛과 그림자를 그대로 안고있는 이율배반의 존재라고 말한다.
현대 풍요사회의 이같은 문명사적 역설을 날카롭게 지적한 그의 대표적인 저서 「위험사회새로운 근대(성)를 향하여」(홍성태 옮김,새물결)가 최근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하버마스의 「공공영역의 구조변동」에 이어 2차대전이후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사회과학서로 꼽히는 이 책은 상호연관된 두개의 중심명제로 이뤄져 있다.하나는 현대사회의 위험성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찰적 근대화」에 관한 것이다.
영어의 「위험(Risk)」이란 단어는 원래 17세기 스페인의 항해술 용어에서 나온 것으로,「위협을 감수하다」「암초를 뚫고 나가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산업사회 초기만 해도 위험은 부를 얻기 위해서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난관으로 간주됐다.역사의 무대에 새로 등장한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수많은 모험가들이 나타나고,자본주의의 탐욕스런 시장확보 전쟁이 영웅적 모험담으로 그려지곤 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그러나 이러한 「낭만의 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근(현)대화과정을 통해 부는 확대재생산되었지만,위험 또한 「우연적인」 것에서 「정상적 개연성」을 지닌 구조적인 것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가까운 예로 핵발전소에 의한 재앙은 84년 체르노빌 참사에서 드러났듯 더이상 묵시론적인 것이 아니라,전형적인 현대사회의 「저거노트」다.지은이는 현대사회에서의 삶을 『문명의 화산위에서 살아가는 것』에 비유한다.
「근대화의 근대화」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성찰적 근대화」론은 『사회가 실제로진화하려면 근대화는 반드시 성찰적이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성찰적 근대화」란 현대 기술과학의 가능성뿐 아니라 그 한계도 함께 인식,과학에 대한 사회적 제어력을 높이는 과정을 지칭하는 것.지은이는 이를 칸트의 명제를 빌어 부연 설명한다.『사회적 합리성 없는 과학적 합리성은 공허하고,과학적 합리성 없는 사회적 합리성은 맹목적이다』
우리는 90년대 들어 발생한 대형사고로 숨진 사람만 1천명이 넘는 「위험사회」속에 살고 있다.이 책은 「안전불감증」에 빠진 우리 사회현실을 비판적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김종면 기자>
1997-03-1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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