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망명협상 장기화 우려/한중·북미 물밑접촉 불구 진전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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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2-28 00:00
입력 1997-02-28 00:00
황장엽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지난 12일 중국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에 망명을 요청한뒤 보름이 지났다.한국과 중국 정부는 망명을 요청한 황비서의 신병처리 문제를 놓고 협상을 해오고 있지만,공식적으로는 아무런 합의에 이르지 못해 자칫 사건이 장기화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물론 이같이 공개된 상황의 이면에서는 한국과 중국,그리고 북한과 미국등 관련국 혹은 관심국간에도 물밑교섭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진다.따라서 물밑교섭을 통해 황비서의 신병처리에 대한 관련국간의 대체적인 의견접근은 있지만,중국은 몇가지 이유때문에 최종결정과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미루는 것 같다.
우선 황비서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여전히 커다란 문제점으로 남아있다.북한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17일 『갈테면 가라』고 황비서의 망명을 묵인하는 듯한 발표를 했지만,북경에 파견된 북한 대표단을 직접 만나보는 중국측의 「감」은 다른 것 같다고 당국자들은 전한다.정부 관계자는 『설사 김정일이 황의 망명을 허용한다 하더라도,일부 강경세력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계속 황을 납치하거나 암살할 계획을 꾸미는 것이 북한내부의 실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중국이 영사부에 대한 경비를 계속 강화하는 것도 그같은 사정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또 제2,제3의 황비서 사건 발생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진다.중국은 황비서를 자유의사에 따라 한국으로 보낸다면,그것이 하나의 선례가 되어버려 이후 북한 고위층의 망명요청이 이어지지 않을까 고심한다는 것이다.중국으로서는 북한과의 관계나,국내사정을 고려할 때도 매우 난처한 일이다.
이와함께 황비서의 망명장소를 어디로 하는가도 쟁점 가운데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정부는 『북경과 서울이 가까운데 굳이 제3국으로 돌아올 이유가 있느냐』며 서울직행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중국과 북한,그리고 미국의 필요에 의해 황비서의 제3국 「경유」가 아닌 「체류」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정부로서는 받아들일수 없는 제안이다.<이도운 기자>
1997-02-2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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