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황장엽/기대원 스님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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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2-13 00:00
입력 1997-02-13 00:00
미국 하와이주 호놀루루에 있는 대원사 주지 기대원 스님(57)은 본사와의 긴급 전화통화를 통해 『황장엽이 일본에 갔다는 보도를 보고 황을 만나러 일본까지 가려고 했었다』면서 황노동당 비서의 망명을 반가워 했다.
다음은 기스님이 밝힌 황비서에 대한 인상이다.
황비서가 도쿄 세미나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만나기 위해 일본으로 가려고 했었는데 갑작스레 일이 생겨서 가지 못했다.지난 86년 황이 나를 초청해 평양에 가서 그를 처음 만났다. 내가 만난 황은 상당한 인격자로 비쳐졌다.북한사회의 지식인중 그만한 실력과 인격을 갖춘 사람도 드물 것으로 본다.국제적인 감각이 뛰어났고 남북문제와 통일문제에 관해 북한인으로선 상당히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지금까지 8번 북한을 다녀왔는데 5번은 황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황은 특별한 종교는 없는듯 했으나 종교를 비교적 이해하는 편이고 불교에 깊은 이해를 갖고 있었다.황을 만날 때마다 남북통일문제와 주체사상,이산가족문제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북한 방문때 1주일이나 10일간 머물면서 3∼4회 정도씩 황과 만나 대화를 나누었는데 훌륭한 인상을 남겼다.또 당시 황은 『미국에 가고싶다』면서 『미국행을 주선해달라』는 부탁도 했으며 『한국의 양심적인 학자들과 순수하게 남북문제,통일문제,이산가족문제를 토론하고 싶다』고 말하곤 해서 대학총장급 인사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황이 서울에 도착하는 즉시 서울에 가서 만나고 싶다.
기스님은 지난 75년 하와이로 이주,대원사를 이끌고 있으며 80년 미국 국적을 취득한 이후 남북통일과 불교 교류에 헌신하고 있다.<김성호 기자>
1997-02-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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