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인의 만성실업/김춘미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연구소장(굄돌)
기자
수정 1997-01-18 00:00
입력 1997-01-18 00:00
그러나 음악계의 고급인력 실직사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후배가 겪은 일이 더이상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더 충격이었다.그나마 공부에 열의가 있어 유학을 갔다올 수 있던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긴 한다.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가 매년 배출해 내는 음악인들의 만성실업이다.현재 전국 음악대학에서 배출하는 인력은 연간 4천명이 넘는다.그런데 직장에 들어가는 수는 10%에도 못미친다.대학의 어느 전공분야가 이런 통계수치를 갖고 있다면 아마 그 과는 벌써 데모를 했던가,아니면 미달사태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음악인들은 늘 잠잠하다.여기엔 몇가지 이유가 있다.우선 비교적 부유한 집안의 여성들이 음악을 한다는 것이다.그래서 직업을 가질 필요를 별로 느끼지 않는다.그리고 사회 또는 남성이 이러한 여성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점도 있다.생산성은 별로 없어도 신비하고 아름다운 것 같은,음악하는 예쁜 여성을 장식품처럼 소유하고 싶은 것이다.그러다 보니 음악하는 사람들도 취업은 아예 상상못하는 분위기다.
알고 보면 사회는 의외로 음악을 기초로 하는 인력을 요구하고 있다.방송·기획·출판 등 그 영역도 다양하다.문제는 우리 음악교육이 실기 인력만을 기른다는 점이다.음악계는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시장을 재검토해야 한다.그리고 그에 따라 교육구조 개편을 단행해야 한다.
1997-01-18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