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좌초 러 유조선 기름피해 심각
기자
수정 1997-01-09 00:00
입력 1997-01-09 00:00
일본 서부 해안에 검은 기름이 덮치고 있다.동해에 면한 일본 이시가와,후쿠이현은 지난 2일 새벽 2시51분 러시아 프리스코 트래픽사 소속의 중유운반 탱커 나호드카호(1만3천157t)가 동강나면서 새나온 기름과 잘려진 선수가 1주일만에 해안가를 덮치면서 지역 어민들이 절망에 휩싸이고 있다.
사고지점은 시마네현 오키섬 북방 100㎞ 지점이었다.사고 당시에는 겨울철 동해로 흘러들어가는 쓰시마난류의 영향으로 기름이 북상할 것으로 기대됐다.하지만 강한 서풍의 영향으로 새나온 기름이 동진을 거듭,이들 현 연안을 덮치게 된 것이다.또 선수 부분도 동쪽으로 표류,7일에는 후쿠이현 앞바다 암초에 얹히게 됐다.선수에는 2천800㎘의 중유가 담겨 있는데 7일 해상보안청에 의해 새로 중유가 흘러 나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지난 74년 세토나이카이에서 발생한 기름오염 사고 이래 최대의 해상오염사고로 기록되고 있다.전복,소라,돌김,새우,게 등 고급 해산물을 한창 걷어올릴 철을 맞아 끈적끈적하고 검은 기름덩어리들이 덮쳐오자 어민들은 『악몽이 현실로 나타났다』,『올해 일은 글렀다』면서 발을 구르고 있다.
피해가 커진 것은 지난 1주일 동안 전혀 손을 쓸 수 없었기 때문.겨울철 동해에 면한 일본 서부지역 해안은 바람이 세고 파도가 거세기 때문에 사고 선박을 처리하기도 어려웠다.선수 인양을 한차례 시도했지만 로프가 끊어지고 말았다.파도가 높아 오일펜스 설치도 무용지물.오일중화제는 다량을 준비하고 살포하는데 시간이 걸린다.이제는 반경 200㎞의 해역에 기름이 번져 있어 처리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일본 해상보안청 등은 8일부터 중화제 살포와 기름흡입기 등으로 제거에 나서고 어민들은 양동이 등으로 기름덩어리를 떠내고 있지만 밀려드는 기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나호드카호는 기름유출 사고에 대비해 2억달러의 보험에 가입해 있다고 하지만 피해액을 보상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도쿄=강석진 특파원>
1997-01-09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