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병/옥태환 민족통일연구원 자료조사실장(서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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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1-04 00:00
입력 1997-01-04 00:00
지난달 함부르크에서 만난 한 외교관은 자신이 통독이전 서독에서 오랜기간 근무하면서 만난 많은 독일인들이 통일에 대해서는 약속이나 한 듯 회의적 전망과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을 보아왔다고 전했다.또한 통독이전 통일문제가 서독내 정당들간의 정치쟁점으로 떠오르지도 않았기 때문에 마치 서독인 전체가 통일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그러나 통일에 무관심하게 보이기조차 하던 서독인들이 국제정세의 변화속에서 대주변국 통일외교를 절묘하게 펼치면서 「우리는 한 국민」임을 외치며 접근해오던 동독인들을 단시간내에 무리없이 흡수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게르만 민족의 위대성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고 이 외교관은 덧붙였다.

○독일 통일과정 교훈 삼아야

우리는 어떤가! 분단이후 지금까지 온 민족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하며 통일문제를 가장 중요한 정치쟁점으로 삼아왔지만 분단의 원인이었던 냉전이 종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은 커녕 아직 평화정착도 안된 상태에서 반목과 불신만 계속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통일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던 독일인들이 탈냉전이라는 같은 국제환경에서 통일을 달성한 반면 왜 『통일병』에 걸린 우리는 통일은 고사하고 대립과 갈등만 계속하고 있는가를 새해에는 조용히 반성해 보아야 한다.그리고 서독의 통일대비과정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이를 겸허히 배워야 할 것이다.

첫째,독일은 거대독일의 출현을 원하지 않는 주변국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온 국민이 현명하게 소모적 통일논의를 자제하면서 묵묵히 국력신장에만 전력해 왔다.그 결과 베를린장벽 붕괴를 전후해 한꺼번에 몰려온 수십만명의 동독인들을 서독의 사회보장제도틀안에 무리없이 수용하였고,동독지역의 천문학적 투자수요를 감당할 정도의 능력을 갖춘 경제력을 키울수 있었음을 주시해야 한다.

둘째,서독은 민주화의 정착으로 동독까지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와 계층을 수용할 수 있는 정치적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

셋째,서독은 어떠한 악조건하에서도 『접촉을 통한 동독의 변화유도』라는 대동독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철의 장막에 갇혀 있던동독인들의 눈을 뜨게하고 서독사회의 우수성을 깨닫게 함으로써 결국 동독인 스스로 서독에 흡수되기를 원하도록 유도했다.

넷째,서독은 동독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동독 인권개선 압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함으로써 동독관리들의 인권침해를 현저히 저하시켰을 뿐만 아니라 동독내 민주시민운동을 간접지원한 결과가 되어 통일을 앞당길 수 있었다.

이같은 일련의 교훈을 통해서 통일을 대비해야 하는 우리가 오늘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가는 자명하다.잊을만 하면 일어나는 정치파행,첨예한 지역갈등,소모적인 노사갈등으로 인한 국제경쟁력 저하,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외채에 아랑곳 하지않는 과소비 풍조,국민화합에 저해하는 일부 부유층의 무분별한 호화·사치생활 등 우리사회에 만연한 사회병리현상이 만약 서독에도 있었더라면 독일통일이 과연 지금과 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수 있었을 것인가 자문해보면 지금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국민적 과제가 무엇인지 스스로 해답을 찾을수 있다.



○전문가들 “북한붕괴” 예견

퇴임하는 존 도이치 미국 중앙정보국국장은 수주 전 상원정보위 증언에서 2∼3년안에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든지,붕괴하든지 아니면 한국과 통일하는 세가지 방향으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예견했다.북한의 붕괴는 방법과 시기가 문제일뿐 당위성에 대해서 부정하는 학자는 그리 많지 않다.만약 이들 전문가들이 예견하듯이 통일에 대비해야 하는 시간이 우리에게 무한정 주어진 것이 아니라면 이제부터라도 온 국민이 일심단결하여 하나하나 착실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새해에는 제발 소모적인 갈등은 끝내고 통일대비에 전력하자.우리가 통일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통일을 맞게되면 통일이 민족적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1997-01-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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