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동북아와 대국관계」/원명 북경대 교수(해외논단)
수정 1996-12-20 00:00
입력 1996-12-20 00:00
냉전이후 동북아지역의 국제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나.북경대 국제관계연구소 소장인 원명 교수는 중국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소장 양성서)가 발행하는 외교문제 전문계간지 「국제문제연구」 96년도 제4기에 미·중·일 동북아 3대 강국 관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지역 관계를 전망·분석했다.원교수는 이 글에서 경제·기술등의 지구촌화,지구 일체화 흐름은 국제적 갈등해소에 긍정적 역할을 하지만 냉전종식후 동북아에서 국제관계 조정국면은 여전히 마찰과 충돌 가능성속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다음은 이 논문의 요약.
냉전종식후 주요국가들의 관계도 새로운 조정기를 맞고 있다.이 과정은 다음 세기초까지 이어질 것이다.19세기말부터 이 지역은 강대국들의 이익충돌과 흥정의 장소였다.20세기의 충돌형식은 한 나라가 흥하면 다른 나라는 쇄락하는 제로섬 게임과 같은 것이었다.20세기의 동북아의 국제관계는 유럽의 강권주의 정치에 의해 좌우되고 결정지어졌다고 할 수 있다.이같은 과거의 관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냉전종식과 전지구의 일체화 추세는 동북아지역에 충격을 주고 있다.
○냉전후 주요국간 마찰 여전
역사적으로 볼때 이 지역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우선 전략적 중요성으로 인해 열강의 각축장이 됐으며 주요국가가 영국과 러시아에서 미국과 일본으로 대치되는 등 주도국이 부단히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또 유럽국가들의 강권주의 정치를 핵심으로 하는 「게임의 규칙」이 이 지역 국제관계에 일반화된 점도 그렇다.자위 수단이나 동맹국을 찾지 못했던 중국의 근세기의 위치도 특징이다.
동북아의 지난 몇세기는 패권쟁탈을 위해 합작보다 충돌이 지배하는 시대였다.이 세기의 동북아 최후열전은 한국전쟁이었다.2차세계대전 종식을 맞아 루스벨트 미국대통령의 동북아관계 구상은 미국·중국·옛 소련등 세나라를 협력의 축으로 하는 것이었다.2차대전 직후에도 미국은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희망했다.그러나 공산정권이 수립되는등 중국 국내사정이 급변하고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동북아 주요국가 관계에 일본이 끼어들어 4강체제를 이루게 됐다.
상호의존적 경제관계의 심화와 전지구적 일체화는 기존 국제관계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다.상품·노동·자본의 국제적 흐름과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 혁명 등은 국제적 합작과 의존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환경보호 및 오염처리문제도 역시 그렇다.이러한 추세는 충돌보다는 협조를 가능케하는 요인들이다.그러나 역사의 관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주요국가 관계에서 마찰과 충돌 그림자는 여전히 남아있다.아직도 냉전이후 주요 국가간 관계조정이 끝나지 않고 여진을 남기고 있다.
○상호 공존방안 모색해야
냉전종식후 국제관계에서 주요 국가들은 다자간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그러나 아직 쌍무관계가 주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미국은 일본과의 관계를 아태지역 안전정책의 관건으로 본다.특히 올해초 개정한 「미·일 안보 신조약」은 중국에 대한 견제 및 억제 요소를 두드러지게 담고 있다.반면 경제부문에서 두나라는 자동차분규로 인한 갈등등 균열이 커지고 있고 미국내 반일감정도 높아지고 있다.중·일관계는 냉전이후에도 안정된 관계발전을 이뤄왔다.두나라 경제 보완성도 이같은 관계를 더욱 뒷받침한다.그러나 일본정치지도자의 최근 과거사에 대한 부정확한 인식과 공개적 발언은 대일 불신을 높이고 있다.우경화 경향등 일본국내의 변화는 두나라관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중·미관계는 70년대 밀월,80년대 안정을 거쳐 지난 80년대말부터 마찰을 겪으며 냉각돼 왔다.특히 95년도는 최악의 시기였다.두나라관계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대만문제다.두나라는 금세기에 두차례 상호 필요성을 절감했다.제3자에 대한 전략적 연합이 그것이었다.첫번째 제3자는 일본이었고 두번째는 소련이었다.이제 냉전종식으로 제3자의 개념이 모호하게 됐다.이제 두나라는 전지구적 안정과 지역안보,평화발전을 위해 「상호 필요성」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위협론을 강조하는 일부 주장이 있으나 『중국은 경제성장을 위해 미국과의 대외관계 및 의존도를 높일 것이며 신국제질서에서 국제안정에 기여할 것』이란 한승주 전 한국의 외무장관과 같은 의견들도 있다.중국특색의 사회주의의 안정은 서구적 모델과는 다른 시스템의 번영 가능성과 정치·경제·기술방면에서의 다원화를 상징한다.동북아지역 변화의 내부동인은 지역경제의 급속한 성장이다.앞으로 5∼10년동안 동북아의 주요국가들은 계속적으로 관계 재정립의 기간을 갖게 될 것이다.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이미 국제관계의 새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정리=이석우 북경특파원〉
1996-12-20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