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부른 주차시비/박준석 사회부 기자(현장)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1996-11-26 00:00
입력 1996-11-26 00:00
◎자식뻘 청년 주먹맞고 50대 절명

25일 하오 2시 서울 북부경찰서 유치장 면회실.

주차 문제로 시비 끝에 최수산씨(53)를 때려 숨지게 한 장동희씨(25·포장마차종업원·강북구 수유3동 181)가 굳게 입을 다문 채 서 있었다.

장씨는 지난 24일 하오4시30분쯤 강북구 수유3동 애인이 경영하는 실내 포장마차의 일을 도와주고 돌아가다 최씨와 시비가 붙었다.

최씨의 집앞에 자신의 프라이드 승용차를 주차시켜 놓은 것이 화근이었다.최씨가 장씨의 차 앞에 9인승 승합차를 주차시켜 차를 뺄 수가 없었다.장씨가 최씨에게 항의하자 최씨도 『남의 집앞에 왜 허락도 없이 주차시키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급기야 두 사람은 옥신각신하며 멱살잡이를 했다.이 과정에서 장씨가 최씨의 가슴을 주먹으로 몇대 때렸다.

이웃 주민들이 말려 일단 싸움은 끝났다.그러나 집으로 돌아온 최씨는 『어린 사람에게 맞아 너무 분하다』고 분통을 터뜨리며 가슴의 통증을 호소하다 하오7시쯤 숨졌다.

장씨는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장씨는 『왜 죽였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든게 귀찮다는 듯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한편으론 아직까지 자신의 행동이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사소한 시비로 아버지뻘인 연장자를 때려 숨지게 한 장씨의 모습에서 우리사회의 각박한 인심과 도덕 불감증을 다시 한번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박준석 기자>
1996-11-26 2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