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영화인들의 항변/이용원 문화부 차장(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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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11-22 00:00
입력 1996-11-22 00:00
검찰이 영화계비리를 속속들이 파헤치고 나선지 한달이 지나도록 전전긍긍하며 침묵만 지키던 충무로 일각에서 드디어 항변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한국영화제작을 일선에서 이끌어온 30∼40대 영화인이 지난 20일 하오 기자회견을 자청,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과 영화관련 제도개선책을 발표한 것이다.

이들은 배우·감독·제작자·시나리오작가·평론가등 영화인 298명의 이름으로 성명을 내 ▲영화 유통배급업구조개혁 ▲통합전산망을 통한 매표관리로 흥행수입 유출방지 등을 제안했다.이어 정지영 감독(「남부군」 「하얀 전쟁」등 연출) 등 5명이 대표로 나서 영화계 현실을 솔직하게 공개하고,왜 제도개선이 필요한지를 역설했다.



이들은 검찰조사에서 드러난 영화계 비리실태를 인정했지만,원인분석과 처방전은 사회인식과 크게 달랐다.제작자 S씨는 구속된 곽정환·이태원 대표에게 적용된 죄목이 자신을 포함해 제작자 누구에게라도 해당되는 것이라고 고백했다.그는 『영화계에 몸담으면 모두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개탄하고 그 이유로 유통배급업에 관한 법규가 전혀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또 다른 제작자 R씨는 『지금껏 드러난 비리는 영화계 안팎에 이미 다 알려진 내용』이라면서 「젊은 영화인」이 이를 개선하고자 수년전부터 제도개혁을 외쳐왔음을 상기시켰다.그럼에도 자신들이 영화계의 공식기구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기자회견장은 분노와 울분,그리고 한국 영화계의 장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들의 주장은 옳을 수도,틀릴 수도 있다.다만 중요한 것은 「영화계 최대의 위기」라는 현상황에서 유일하게 자기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다.이들의 요구는 「개혁」이란 한마디로 집약되며 이는 문민정부의 지향점,검찰의 수사목적과도 일치한다.그렇다면 이들의 목소리는 정책당국에 의해 진지하게 검토돼야 한다.같은 목표를 내세우면서 행정부서와 일선이 「따로따로」인 현상은 민주사회답지 않은 일이다.<이용원 기자>
1996-11-2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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