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의 침묵/강동형 사회부 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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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11-15 00:00
입력 1996-11-15 00:00
하지만 세명의 전직 대통령이 증인과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비극적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재판부가 『세명의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서는 비극적 상황이 국민에게 보여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변호인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전·노 두 전 대통령을 퇴정시킨 다음 최 전 대통령을 증인석에 불렀기 때문이다.
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부의 예우는 각별했다.이례적으로 최 전대통령이 입정할 때 모든 사람을 기립토록 했고 80세의 고령인데다 요각통을 앓고 있다는 점을 감안,앉아서 증언을 하도록 배려했다.
그러나 최 전 대통령은 끝내 증언을 거부하고 말았다.증인신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행해지는 증인선서도 거부했다.그는 『전직대통령이 재임중에 행한 국정 수행과정에 대해 증언해야 한다면 국가 경영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요지로 증언거부의 변을 밝힌 뒤 침묵으로 일관했다.법정 안팎의 상당수 사람들은 『실망감을 넘어 비애를 느낀다』는 반응을 보였다.역사의 진실 규명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외면했다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재판에 이의가 있건 없건 대다수 국민이 바란다면 사실대로 증언하는 것이 당시 대통령으로서의 마땅한 책무라는 지적이다.
최 전 대통령은 일관된 논리로 증언거부의 자세를 견지,전직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를 지키는데는 성공했을지 모른다.하지만 전직대통령으로서 일반의 존경과 신임을 회복할 길이 더욱 요원해진 것도 사실이다.최 전 대통령도 또 한명의 불행한 전직대통령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현실 자체가 우리 모두를 우울하게 만든다.
1996-11-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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