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이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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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11-15 00:00
입력 1996-11-15 00:00
수능시험이 끝났다.80만명에 가까운 청소년이 일시적 「해방」상태에 들어갔다.청소년이라곤 하지만 다 성장한 신체와 정신적으로는 「입시준비」의 외곬 경험밖에 없는 좀 이상성장의 젊은이가 엉거주춤한 채 너무 많은 자유를 맞게 된 것을 뜻한다.

대학진학의 결말이 나기까지 시한적인 것이므로 그리 길지는 않지만 그래도 「잘못되기」에는 충분한 기간이다.또한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유효한 기간이다.그러므로 이 기간에 대한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

입시가 치러지기까지는 절과 교회와 성당등을 찾아 온갖 기원을 다 드리며 정성을 쏟던 어머니도 이때가 되면 아이보다 먼저 지쳐 떨어지게 마련이다.그런 것이 좋지 않다.팽팽하게 긴장해 있던 부모가 느닷없이 해이해져서 아이를 방치하면 조종능력이 없는 그들은 「되는대로」 자신을 맡겨버리게 되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욕구까지 폭발하여 이상한 호기심에 빠지기도 하고 동료의 꾐에 끌려들기도 쉽다.

냉동도 풀릴 때가 중요하고 단식도 그 복원기가 성공을 좌우한다.입시의 긴장에서 오랜만에풀려난 젊은이가 일상으로 복귀하는 일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건전한 생활궤도에 올라 적응하고 동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그들은 입시준비에 너무 오랜 동안을 보내왔다.그래서 메마르고 윤기 없는 생활이 체질로 굳을 염려까지 있다.이른바 EQ를 높이는 기회에 거의 차단되어온 세대인 것이다.그런 그들을 보완시켜주기 위해 「수능이후의 시기」는 적절하고도 유효한 시기다.

공연히 방향감각을 잃고 거리를 헤매다가 삐끗 한번 잘못 디딘 발걸음 때문에 평생 되돌리기 어려운 수렁을 맛보게 하는 일을 막아줘야 한다.그런 일은 나라와 사회를 위해 유능하고 건강한 인재를 기르고 보호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수능이후의 수십만 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바르게 가져야 할 것이다.
1996-11-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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