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윤리의식 갖춘 사람 키우자/박성수 서울대교수·교육학(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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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10-22 00:00
입력 1996-10-22 00:00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개발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현대교육의 목표 가운데 하나이다.자격증을 중시하고 전문가의 지식에 대한 신뢰가 증가되고 있는 것은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전문성을 중시하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현대교육은 특정분야에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갖춘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시적 전문가는 주어진 문제를 그 분야의 전통속에서 형성된 엄격한 경험적 지식과 직업수행에 필요한 윤리적 행위기준의 틀속에서 해결해내는 사람들이다.미해결의 문제가 무엇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나 실험방법론이 어떤 것인가는 그 전문분야에서 밝힌 것들이 대부분이다.주어진 문제를 창조적으로 생각해서 해결하면 전문분야의 발전에 그만큼 기여하게 된다.

○전문지식 교육 중요

이러한 전문적 지식과 기술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현대세계는 과학문명의 편리함을 즐길 수 있게 되었고 경제발전의 결과인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계속해서 새로운 과학적 지식과 혁신적 기술을 개발해서 인류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전문인을 배출할 때 세계속에 한국을 우뚝 세울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시적 전문가를 양성하는 현대교육은 윤리적 갈등상황을 덕스럽게 다루는 넉넉한 인격과 역사의 고비와 시대적 고뇌를 거시적으로 판단하는 통찰력을 기르는 노력을 소홀히 하였다.모든 사람은 현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면서 오늘의 삶의 방향을 정립한다.냉엄한 현실의 세계에 살고 있으면서도 개인의 꿈과 이상을 문화적 가치속에서 평가하여 더 멋지고 아름다운 인생을 추구한다.엄밀하게 따지면 모든 사람은 역사적 행위자이고 윤리적 판단자이다.

○사람은 역사적 행위자

사회와 국가는 전체적으로 발전되고 탄탄하게 되었음에도 개인은 나약하고 옛날 사람들보다 모자라 보이는 까닭이 바로 그런 교육의 결함에 있다.이러한 취약점이 바로 우리나라의 교육에도 그대로 있다.역사적 행위의 지혜와 윤리적 결정의 판단력을 제대로 기르지 못하면 인격의 통합성,행위의 일관성,사상의 계속성을 상실하게된다.우리나라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국제관계의 문제를 비롯한 정치,경제,사회,교육,종교,문화 등의 여러문제는 직접 또 간접 개인의 역사의식과 윤리적 성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오랜 세월속에 이루어지는 역사의 흐름을 보며 또 수십억의 사람의 눈과 가슴을 의식하여 삶을 아름답게 창조해내는 지혜는 소수의 전문가들에게만 아니라 일상적 생활인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통합적 지혜를 기르게 될 때 개인의 이익을 넘어서 공동체에 헌신하는 삶을 설계하고 실천할 수 있다.나라와 민족,세계와 인류의 번영을 위하여 헌신하는 역사적 행위는 국가와 세계 공동체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형성하고 있을 때에나 가능한 것이다.국가발전을 위해 미시적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반면 윤리적 책임감을 지닌 역사적 행위자를 기르지 못하였고 바로 그것이 도리어 사회적 위기의 원인이 되는 것은 일종이 아이러니라고 하겠다.

21세기 세계에서 번영을 이룩하려면 전통적 문화와 현대적 제도의 조화로운 배합을 통해서 신뢰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신뢰(Trust)」의 저자 후쿠야마의 주장은 이런 점에서 탁견이라고 할 수 있다.우리나라의 지속적 번영을 위해서 모든 국민에게 고도의 역사성과 윤리성을 갖춘 인격을 기르고 이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 시급한 교육의 과제이다.고도의 신뢰사회를 구축하는 것만이 한국이 세계에서 당당하게 뻗어나가는 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개인의 윤리를 넘어선 역사적 행위의 차원을 새로운 교육의 지평에서 개척할 때 우리나라는 세계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번영을 누리게 될 것이다.
1996-10-2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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