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도 소설가 장정일 선풍/원작들 영화성공이어 잇달아 무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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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10-09 00:00
입력 1996-10-09 00:00
◎「이세상끝」·「햄버거에 대한 명상」 등 인기리 공연/거친 직설화법 등이 젊은관객에 어필

소설가 장정일은 연극·영화계의 보증수표인가.

「아담이 눈뜰때」,「너에게 나를 보낸다」,「301·302」,「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등 영화에서 먼저 불어닥친 장정일 선풍이 연극계에도 몰려왔다.이미 「너에게 나를 보낸다」,「너희가 재즈를 믿느냐」는 지난 1∼2년사이 연극으로 선보였으며 최근 지난달 시작된 「이 세상끝」(극단 무천)이 인기리에 공연되고 있으며 8일에는 그의 시를 재구성한 「햄버거에 대한 명상」(프로젝트그룹 백수광부)이 무대에 올려졌다.

장정일의 희곡 3편을 3부작으로 묶은 「이 세상끝」이 40대 중견연출가 3명의 정제된 연출력을 무기로 한다면 「햄버거…」은 20∼30대 초반의 젊은 연극인들이 모여 90년대적 연극을 기치로 내걸고 무대위의 연기와 스크린의 영상을 결합시킨 영상연극으로 젊음의 거친 느낌을 준다.

「햄버거…」의 연출가 이성열은 『80년대에 대한 연민과 자학이 넘쳐나는 우리 연극계에서 탈피,도발적이고 파격적인 주제를 담은 장정일의 시를 재료로 90년대적인 연극에 도전하고 싶었다』면서 장정일의 작품이 갖고 있는 현대성을 높이 평가했다.

연출가 이씨의 말처럼 장정일의 작품은 젊은 연출가들에게 매력으로 다가가는 듯 하다.이들이 그의 작품을 연극으로 만들게 된 동기는 다원화 사회에서 인간 내면의 문제에 천착한 탈사회적 소재와 이를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풀어내 요즘 젊은 관객의 심리를 대변한다는 것.그리고 무엇보다 장정일의 작품이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어 연극으로 만들었을 때도 인지도가 높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연극인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연극계 내부의 희곡작가들을 무시하고 이미 소설이나 시로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기성작가의 작품에만 의존하는 것은 안이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한 연극 연출가는 『너도나도 장정일의 원작을 연극으로 올리는 것은,연출가가 아무리 부인하더라도 시류에 편승한 부분이 크다』면서 『장정일 작품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그가 소설이나 시에서 묘사한 적나라한 성관계나 반사회적 행위들의 상징성을 연극에서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현상만을 보여줄 때는 연극이 눈요기로만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서정아 기자〉
1996-10-0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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