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먼저 도발” 클린턴 명분 확보/미,이라크 최후응징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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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9-13 00:00
입력 1996-09-13 00:00
◎방공망 재건… 순출조종사 안전 위협/북부 쿠르드 활동거점 뺏겨 위기감

미국이 사담 후세인에 대한 최후의 응징수단으로 11일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는 8대의 F­117 스텔스전폭기를 중동에 급파함으로써 중동 일대는 새로운 긴장에 휩싸여가고 있다.

91년 걸프전 당시 정확한 바그다드 폭격으로 명성을 날린 바 있는 F­117기들은 이날 뉴멕시코의 홀로먼 공군기지를 출발,24∼36시간 비행후에 쿠웨이트의 자베르 공군기지에 도착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현지시간으로 12일 밤(한국시간 13일 새벽) 이라크내 목표물들에 대한 대대적인 폭격이 예상되고 있다.그러나 일부 군사전문가는 폭격준비를 위해 며칠간 자베르기지에 머무르게 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의 군사전문가들은 레이저로 목표에 유도되는 2개의 2천파운드(약9백㎏) 탄두를 탑재하는 이 스텔스기들은 이라크 군사령부와 방공통제센터,이동 및 고정 미사일기지 등 군사시설들을 집중 공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정부시설과 사담 후세인의 거처 등 바그다드의 핵심부를 강타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주 남부 이라크에 두차례 미사일공격을 퍼부은후 관망자세를 보여온 미국의 이같은 강경대응 선회는 이날 상오 북부 이라크를 정찰중이던 미F­16전투기 2대가 빗나가기는 했지만 이라크 SAM­6 지대공미사일의 공격을 받았으며 최근 이라크가 파괴된 방공시설을 복구하는 등 미조종사들의 안전이 심각히 위협받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대해 애리조나주에서 유세중인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 상공의 비행금지구역을 순찰하는 조종사들의 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이어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은 스텔스기와 B­52기의 배치 사실을 밝히면서 『미국의 대응은 가혹한 것이 될것』이라고 덧붙인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측의 강경대응 이면에는 클린턴 대통령의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후세인의 쿠르드족 거점 공격을 응징하기 위한 최근의 미사일 공격이 쿠르드민주당(KDP)의 쿠르드애국동맹(PUK) 축출로 후세인이 북부 이라크를 재장악하게 됨에 따라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간데다 동시에 미국은 북부 이라크에서의 활동거점을 잃는 전략적 과오마저 범하게 됐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클린턴 대통령의 지도력을 문제삼고 있는 공화당에서는 이날 잭 켐프 부통령후보가 조지아주 유세에서 『클린턴 대통령의 애매하고 불명확한 정책으로 동맹국들과의 불화를 초래하고 임무수행을 위태롭게 만들었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클린턴 대통령으로서는 재선가도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이같은 분위기의 전환을 위해 고단위의 처방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또한 미국민의 여론 역시 강력한 미국의 과시에 있는 만큼 선거일 50여일을 남기고,또 첫 TV토론을 10여일 앞둔 현시점에서 강공 이외의 선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워싱턴=나윤도 특파원>
1996-09-1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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