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 순방 계기 「한·중남미 협력」 세미나
수정 1996-08-31 00:00
입력 1996-08-31 00:00
김영삼 대통령은 오는 9월2일부터 16일까지 브라질을 비롯,중남미 5개국 순방에 나선다.김대통령의 이번 순방을 계기로 멀게만 느껴졌던 중남미와 우리와의 경제교류 협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신한국당은 30일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한·중남미 협력을 주제로 세미나를 갖고 의회 차원에서 김대통령의 정상외교를 뒷받침하는 방안을 협의했다.외무부도 중남미국 신설을 검토하는 등 중남미지역과의 협력강화를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주제발표
◎라틴아메리카와 한국/잠재력 큰 투자대상… 전문인력 양성 시급
◇이복형 중남미 문화원장=우리나라와 라틴아메리카(중남미·카리브)와의 관계는 지난 59년 브라질과 수교한 뒤로 본격화됐으나 미국이나 일본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그러나 근년에 와서 상호간에 관심 고조와 함께 실질관계 심화를 위한 고무적인 노력과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듯 하다.전에는 비켜가던 한국으로 중남미 정상들이 오고 곧 우리 대통령이 역사적인 중남미 5개국 순방에나선다.
중남미는 60∼70년대 그들의 본고장에서 치열히 전개되었던 남북한 대결에서 대한민국이 절대우위에 서고 빠른 기간내에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사실,또한 어려운 역경속에서도 민주화를 이룩한 한국의 국제적 위상제고에 공감하고 경제협력의 파트너로서 우리에게 접근하고 있다.지난 5년간 우리의 대중남미 수출은 2백50% 신장,연평균 50% 증가로 전세계에서 가장 신장도가 높은 지역이다.95년 한·중남미간의 교역은 1백14억달러에 달했고 2천년에는 2백억달러가 예상된다.우리는 중남미가 풍요한 자원보유국이며 90년 이래 우리 수출의 최고 신장지역이고 잠재력있는 투자대상지역으로서 관심을 높이고 있다.또한 국민적 합의 아래 추진중인 세계화의 대과업을 이루기 위해서도 이제 중남미를 제대로 알고 서로 협력하는 것은 시기적절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남미 18개국에 19개 상주공관을 운영하고 있으나 전문인원이 부족한 실정이다.이제 우리도 중남미 전문가를 만들 때가 왔다.일본이 도입한 각 공관의 「전문조사원」제도를도입,젊은 중남미 학도나 자원자등을 준외교관 신분의 전문조사원으로 채용,전문가로 양성할 필요가 있다.
지난 7월21일 국내 최초로 한·중남미협회가 창립된 자리에서 매우 진지하고 유익한 의견들이 개진된데 이어 오늘 집권당이 우리 국회 최초의 중남미관계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중남미 붐이 이뤄지고 있어 기쁘다.다만 장차 정부나 민간의 중남미 진출과 이에 따를 교섭이 상대방과의 실속있는 대화로 추진되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저들의 역사와 언어·문화를 제대로 알고 존중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순방이후의 협력방향/대기업·중기 연계… 진출분야 다변화 해야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중남미는 4억5천만명의 인구와 방대한 자원을 보유한 대륙으로서 우리의 교역·투자 확대 대상지역이며 90년에 들어와 경제성장을 거듭하면서 우리기업의 관심도 크게 증대되고 있다.김영삼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은 최근 중남미 지역이 과거의 경제난으로부터 벗어나 신흥경제권으로 부상하는 시점에 이뤄지는 것으로서 21세기를 향한 한국의 중남미 진출 및 협력체제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다.
외교적으로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통인식의 바탕위에서 정치경제협력과 문화협력의 틀을 공고히 해 나가는 「환태평양 협력을 위한 동반자 관계」를 대중남미 외교의 기조로 삼아야 한다.특히 국제적 지지세력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중남미 개별국가와의 양자관계 확대에 주력하는 한편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의 위치를 감안해 미주기구(OAS)를 비롯한 리오그룹,안데안그룹 등 소지역기구에 대한 다자간 협력채널 확보에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이를 위해 외무부 미주국이 담당하고 있는 중남미 외교를 독립적인 중남미국 신설을 통해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중남미 투자진출의 확대와 함께 정보통신·광산·유전개발 등 진출분야의 다변화를 도모해야 한다.이런 과정에서 자금력과 기술력이 뛰어난 대기업과 적응능력이 뛰어난 중소기업간에 적절한 협조체제가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은 한국과 중남미간의 협력관계를 본격화하는 하나의 계기로 이를 협력의 극대화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중남미에 대한 「세일즈 외교」가 단순히 물건을 보다 많이 팔기 위해 경제적 사고에만 매달려서는 곤란하다.우리의 소중한 정치문화적 가치를 함께 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경제적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 「경제동물」「동아시아의 졸부」소리를 듣게 된다면 우리의 중남미 진출은 단기적인 「반짝 경기」로 끝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중남미 경제협력의 방향을 앞서 언급한 방향으로 전개시키되 한국경제 전체의 앞날을 생각해 차근차근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괜찮은 가격에 괜찮은 품질」이 아니라 「비싼 가격에 최고의 품질」의 상품이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이 되어야 한다.중남미로의 진출 확대는 의문의 여지없이 올바른 선택임에 틀림없다.그러나 이런 선택이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을 미루는 계기가 되지 않고 최고의 물건을 세계 도처에 파는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우리 경제의 구조개선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1996-08-3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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