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17개월만에 「일그러진 보스」/조양은씨 구속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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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8-26 00:00
입력 1996-08-26 00:00
◎겉으론 “갱생” 다짐… 영화제작자로 변신/뒷골목선 폭력·공갈 등 온작 행패… 들통

조직폭력계의 대부에서 영화제작자로 일대 변신을 꾀하며 화제를 뿌렸던 폭력조직 「양은이파」의 두목 조양은씨(46)가 다시 쇠고랑을 찼다.

지난 80년 계엄당시 살인미수죄 등으로 구속돼 15년의 징역을 살고 지난해 3월 대구교도소에서 만기출소한지 불과 1년5개월여 만이다.적용된 죄목은 폭력·사기·공갈 등 모두 5가지.

검찰은 조씨가 H그룹 회장을 위협해 스키장 회원권 7∼8장을 가로챘는가 하면,「증기탕」 임대를 알선해 주겠다고 속여 1억원을 챙겼다고 밝혔다.이밖에 자기 여비서를 희롱했다는 이유로 영화사 직원을 폭행했고,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운전)·사문서 위조 등 혐의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조씨는 「뒷골목」 출신으로서는 드물게 잇단 화제를 몰고 다녔다.주먹세계에서의 화려했던 이력이 다분히 작용했다.

「서방파」의 김태촌(47·수감중),「OB파」의 이동재(44·해외도피)와 더불어 뒷골목에서는 신화적인 존재로 통했다.지난 75년 속칭 「명동사보이호텔 사건」으로 이름을 날리며 서울 중심가의 폭력조직 판도를 재편했다.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인공도 조씨가 모델이 됐다.

조씨는 지난해 3월 출소하기 전 『손을 씻고 새 출발하겠다』고 갱생을 다짐하면서 변신을 약속했다.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복역중에는 외국어 강사로 있던 김모씨(30)와 「구두약혼식」을 올리기도 했다.자연 화제의 대상이 됐다.모 방송국의 심야 대담프로에도 나와 새로운 출발을 거듭 확인했다.3권짜리 자전소설 「어둠에 솟구치는 불빛」을 출간하고 영화사를 차린 뒤 영화 「보스」를 제작했다.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조씨 자신이 주연을 맡았었다.그러나 이러한 변신은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현재 조씨를 상대로 폭력조직의 재건 여부 등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검찰의 관계자는 『전쟁터에서 돌아온 영웅행세를 하며 말로만 새사람이 되겠다고 했다』고 조씨를 평가했다.<박은호 기자>
1996-08-2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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