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참는 법부터 배워야/양승현 정치부 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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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7-22 00:00
입력 1996-07-22 00:00
김수한 국회의장은 19일 대정부질문을 마감하면서 의장으로서 5일동안의 「관전평」을 토로했다.특유의 단호함이 배인 어조여서 솔직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서두에 『수준 높은 질의와 대안을 제시해 준 의원여러분에게 감사한다』는 말로 의원들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개원에 따른 불미스러움와 우려에도 불구…』라는 단서를 보면 의장으로서 늘상 하는 의례적인 인사치레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김의장은 지난 16일 신한국당 이신범의원의 발언파문으로 정국이 경색기미를 보이자 노심초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그가 15대 국회의 첫 무대인 대정부질문에 비교적 후한 평점을 준 것도 그런대로 체면치레는 했다는 안도감에서 비롯된 측면도 없지않은 듯 싶다.

이유야 어떻든,그의 관전평대로 5일간의 대정부질문 무대는 15대 국회의 저력과 의원 개개인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특히 몇몇 초선의원들의 선전은 돋보였다.야권의 영수회담 거부사태로 눈길을 끌지 못했지만,보충질의까지 하며 주무장관으로 부터 끝내 원하는 답변을 끌어낸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양이 있으면 음이 있는 것 처럼 우리의 국회는 「역시 국회」였다.15일 신한국당 이의원의 발언을 둘러싼 여야의원들의 본회의장 행태와 그 이후 이어진 일련의 정치적 파장 때문이다.

「야유와 고함,떼쓰기…」라는 고질적인 구태의 재현이다.걸핏하면 『면책특권 운운』하던 의원들이 국회본회의 발언을 문제삼아 4명의 동료의원을 무더기로 국회윤리위에 제소한 것부터가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다.

윤리특위는 오히려 동료의원의 발언이 자신과 주장과 다르다고,또 소속정당을 헐뜯는다고 의석에 서서 고함을 치고,막무가내로 소속정당의 주장을 대변하기 위해 국회의장의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바로 그런 의원들이 먼저 심판받아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야권이 이를 이유로 정해진 영수회담을 거부한 것 또한 사리에 맞지 않는다.당리가 국사보다 우선될 수는 없는 까닭이다.

의원들의 입버릇처럼 말하듯이 『국회는 말하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조목조목 서로 상대방의 주장을 공박하고 설전을벌이는 전당이지,야유와 고함을 지르는 저잣거리와는 다르다.15대 국회는 영국의회처럼 인내하는 법 부터 배워야 할 것 같다.
1996-07-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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