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통일 지금이 중요한 시기다”/노조에 신이치(지구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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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7-22 00:00
입력 1996-07-22 00:00
◎기회 잃지않도록 한국 주도권 확고히 해야

필자는 올해 2월부터 3월에 걸쳐 3주동안 현지조사차 한국에 머물렀다.이번 현지조사에는 두가지의 과제를 안고 갔다.하나는 한국인이 북한의 현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 가이고 또 하나는 한국인이 통일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려 하고 있는가 였다.

필자가 이같은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은 올해 들어서 북한에서 일어난 일련의 움직임,예를들면 잠비아의 북한대사관 3등서기관 부부의 한국망명(1월),김정일의 전처인 성혜림의 서방탈출(2월),사회안전부 경비원의 무장망명기도(2월)등의 사건들이 필자에게 「북한의 체제가 붕괴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라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인상에는 일련의 사건 뿐아니라 지난해 여름 대홍수로 드러난 심각한 식량사정을 비롯한 경제사정의 악화,김정일이 권력을 승계하지 않는데 따른 정치의 혼미,게다가 94년부터 촉발된 북한인 망명자의 급증등에 대한 사실과 인식이 작용하고 있었다.이러한 인상을 갖는 것은 필자만은 아니었던 듯하다.그즈음 한국의 어떤 신문은북한전문가에게 「북한붕괴의 유무」를 물어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했던 인상,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식은 앞서 말한 일련의 움직임 다음에 행해진 도이치 미국 CIA국장의 발언에서 한층 진실감을 더 느끼도록 했다고 필자에게는 생각된다.도이치국장은 미상원 정보위원회의 청문회(2월22일)에서 「북한의 붕괴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증언했다.그 때문에 필자는 북한 전문가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사람들에게 「북한의 붕괴가능성」,그러할 경우의 「통일의 가능성」에 대해 돌아가면서 의견을 물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첫 질문에 대해서는 「북한체제붕괴의 판단은 시기상조다」라는 것이었다.중장기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단기적으로는 아무리 식량문제가 심각해져도 그것 때문에 북의 체제가 붕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그 이유로서 북한 사람들은 원래부터 식량부족에 익숙해져 있다든가 북한사회에는 몇 겹의 질서안정장치가 작동되고 있다는 점등이 열거됐다.

북한의 체제붕괴는 아직 미래의 일이라는 인식이 강한 때문일까,두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통일의 가능성이 강하다든가 그것을 쟁취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견은 극소수였다.

필자로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부의 한 위원회 관계자가 『통일은 하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이다』라고 말한 대목이다.이 말은 현재 한국사회의 통일문제에 대한 자세를 솔직하게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필자는 생각했다.

그 뒤의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는 3월말부터 4월초에 걸쳐 한때 긴박한 전개를 보였지만 현재는 소강상태가 돼 있다.표면적으로는 변화가 없는 듯이 생각된다.그러나 필자에게는 한반도 인식이 이 사이에 크게 변화해 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느껴진다.

그 첫째는 김정일의 권력 불승계에 대해서이다.너무 긴 권력의 공백은 상식으로 볼 때 이상하다,북한에서 권력투쟁이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강해지고 있다.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서 후계자로서의 김정일의 지위가 반석같기 때문에 김정일은 언제라도 국가주석 및 노동당 총서기에 취임할 수 있다,취임하지 않고도 그럭저럭 해결해 나가는 것이 확실히김정일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복상설,신병설,타이밍설은 그런 견해의 곁가지에 불과하다.그러나 이 견해는 김일성사후 2년이 지난 현재 커다란 의문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두번째가 북한의 경제적 붕괴라는 현실이 보다 명백하게 됐다는 점이다.6년 연속의 마이너스 성장,대외무역의 계속적 감소는 주요 광산물 및 기초자재등의 감산추세와 함께 북한경제에 있어서 재생산의 메카니즘이 기능하지 않게 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북한 경제는 말하자면 줄 끊어진 연처럼 공중을 돌며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번째로 북한의 붕괴가 현실감을 띠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주변대국의 한반도 정세에의 개입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최근에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대규모로 식량과 석유를 지원할 것이라고 보도됐지만 이 보도도 중국이 북한사태를 이 이상 방치하면 중국의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상 세가지 점에서 한반도 정세변화에 대해 살펴보았지만 사태는 보다 긴박해지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미국과 중국의 개입으로 북한의 소프트 랜딩(연착륙)이 가능할 것인가,만일 가능하다고 해서 그로써 남북한의 평화통일이 가능하게 될 것인가 등에 대해 다시금 물음이 제기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한반도 통일문제는 중대한 국면에 와 있다고 생각된다.필자로서는 한국이 전쟁이나 다른 대혼란을 피하고자 해서 강대국의 손에 통일문제를 맡김으로써 결과적으로 스스로 통일의 기회를 포기하게 되지 않도록 바라고 싶다.<일 아세아대 아시아연 교수>
1996-07-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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