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뿐인 “대화·타협”/양승현 정치부 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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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7-06 00:00
입력 1996-07-06 00:00
그렇다면 의원들이 입버릇 처럼 되뇌이는 「신성한 의사당」은 대화의 꽃이 만발하고 타협의 미학이 무성해야 한다.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수사일 뿐이다.
15대 국회는 운동경기 처럼 진기록을 세우는 것으로 출발했다.지난달 4일 개원협상 초부터 여야 4당은 의장직무대행이 사회를 보기 위해 앉는 국회의장석을 돌아가며 점거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이 먼저 김명윤 의장직무대행의 사회권 행사를 방해하자 신한국당 의원들이 개회 예정시간보다 앞서 들어가 김의장을 「인의 장막」으로 보호하더니,급기야 4일에는 민주당의원들까지 이에 뒤질세라 가세한 것이다.이는 대화와 타협의 결과라기 보다는 「힘에 의한,힘을 위한」 낡은 정치의 산물인 셈이다.
국회정상화의 길을연 3당 총무간 합의라는 것도,민주당의원들이 제도개선특위에서 배제시켰다는 이유로 6시간 가까이 의장석 점거농성을 하며 군소정당으로서의 설움을 되씹은 일도 따지고보면 같다.
국회법 어디에도 『무소속의원이 야권공조에 참여하지 않으면 위원선정에서 배제시킬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그렇다고 무소속의원을 배제시키면 「현대판 뺑덕어미」라는 조악한 성명을 내고,의장석 점거농성을 하라는 조항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군소정당으로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여야 4당 모두 민의와 절충이라는 미명아래 대화와 타협과는 무관한 길을 걷고있는 것이다.
여야 할것없이 이날도 『언제 우리가 대화와 타협을 얘기했느냐』는 듯 늘상 하던 것처럼 상대당을 헐뜯는 비난성명을 어김없이 쏟아냈다.그 가운데 『모든 수단을 동원,국회개원 저지투쟁을 할 것이다』는 민주당 성명은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1996-07-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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