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작가 9명이 엮은 「서른살의 강」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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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7-04 00:00
입력 1996-07-04 00:00
이팔 청춘은 아니지만 한여름 신록처럼 무성한 나이 삼십대.이 삼십대의 깊숙한 속내이야기를 삼십대 작가들이 털어놓았다.문학동네사에서 내주 출간될 「서른살의 강」.말 그대로 서른살의 강을 건넌 작가 아홉명이 「삼십대의 삶」을 놓고 쓴 단편들을 모은 책이다.
이 책에 글을 보탠 작가들이 모두 삼십대는 아니다.양순석(42)·이병천씨(40)처럼 삼십대를 막 벗어난 이들도 있다.같은 삼십대라 해도 박상우(38) 은희경씨(37)는 50년대말 태어났고 성석제씨(36)는 60년대 초반 생이다.그런가하면 30대 초반인 전경린(34) 김소진·차현숙(이상 33) 윤효(31)씨 등은 이들 앞세대들을 모두 구세대로 치부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이 책은 반드시 한가지 틀로만 규정될 수 없는 삼십대 작가들의 다양한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그러면서도 삼십대 특유의 감성은 책전체에 묘한 동질적 분위기를 던지고 있다.
「서른살…」필자들의 작품세계는 무엇보다 남녀별로 뚜렷이 갈린다.삼십대 여성작가들의 단편이 대개 사랑의 환상에서 깨어나 헐벗은 자신을 자각하는 여성을 그리고 있는데 비해 남성작가들은 사랑의 씁쓰레한 뒷맛을 「음미」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여성작가 작품의 여성주의적 경향은 젊을수록 두드러진다.차현숙씨의 「서른의 강」은 가정의 울타리속에서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고 쉰이 되어도 내 능력에 의해 전혀 변해지지 않는」 전업주부의 숨막히는 삶을 까발린다.전경린씨의 「새는 언제나 그곳에 있다」와 윤효씨의 「삼십세」도 모두 남편과 아이에 갇힌 주부의 황폐한 삶과 욕망을 공격적 어조에 담았다.
한편 양순석씨의 「서른 일곱,옥잠화」는 한 중년여성이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며 삶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치열한 내부전쟁을 치렀던 삼십대 시절을 되돌아보고 있다.은희경씨의 「연미와 유미」는 부모의 기대주였던 언니에게 마음의 골이 깊었던 동생이 언니의 옛사랑의 사연을 알게 되면서 이해의 실마리를 얻는다는줄거리로 은씨 특유의 반짝이는 문장이 돋보인다.
남성작가들의 경우 최고참 이병천씨는 「서른,예수의 나이」를 통해 하룻밤 산사에서 끝나버린 덧없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황금의 나날」의 성석제씨는 가난한 소년이 세상에 대한 환멸을 통과하고 이성에 대한 그리움에 눈뜨며 어른이 되는 과정을 짧고 시적인 문장에 담았다.서른다섯 미혼 프로듀서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박상우씨의 「게임의 논리」도 이해타산의 법칙을 넘어선 순간의 사랑을 그리는 등 사랑의 환상에 접근하는데 남성작가들이 심리적으로 훨씬 자유롭다는 점이 새삼 드러났다.
결혼 2년만에 이혼한 남자주인공이 갈매나무가 있는 옛날 데이트 장소를 찾았다가 겪는 사건을 그린 김소진씨의 「갈매나무를 찾아서」는 버림받은 이들에게서 오히려 희망을 발견하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변함없이 보여주고 있다.〈손정숙 기자〉
1996-07-0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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