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사회문제/루마니아(변화하는 동유럽: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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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6-28 00:00
입력 1996-06-28 00:00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시내를 나다니려면 개를 조심해야 한다.주인 없는 개는 한마리 또는 몇마리씩 무리지어 다니면서 사람을 문다.사람도 먹고 살기 어려워 버려진 개다.
한국의 한 대기업체 사장은 출장을 왔다가 7∼8마리의 개에게 물렸다.광견병이 없다는 말을 듣고서 안심을 했지만 당시의 당혹감을 생각하면 아직도 개만 보면 피한다.그는 루마니아를 방문하는 사람에게 「개조심」하라는 말을 가장 먼저 해준다.
개와 함께 버려진 고아도 많다.루마니아의 「3다」 가운데 2가지다.고아는 부쿠레슈티거리의 하수구에 몰려서 살고 있는데 이 고아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요즘 루마니아의 시급한 사회적 과제로 떠올랐다.유명한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고아들」이다.최근 미 시사주간지 타임도 루마니아의 고아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차우셰스쿠는 국민이 많아야 국력이 커진다는 허황된 신념 아래 국민의 출산을 장려했다.임신중절도 법으로 금지했다.하지만 먹여살릴 능력이 없는 부모는 어쩔 수 없이 아이를 걸거리에 내버렸다.
엄밀히 말하자면 고아가 아닌 기아다.과거 공산독재정부는 고아원을 지어 이들 기아를 수용해왔다.그러나 공산정권이 무너진 뒤 새로 들어선 정부는 재정난 때문에 이들을 수용하기에 역부족이다.
차우셰스쿠는 이들 고아의 도움을 톡톡히 받은 적이 있다.차우셰스쿠는 똑똑한 아이를 뽑아 보안군에 배치했다.차우셰스쿠를 「아버지」라고 생각한 보안군 고아들은 지난 89년 혁명 당시 그를 위해 시민에 총격을 가하면서 차우셰스쿠를 보호하기도 했다.
공공병원에서 주사기를 반복사용하는 바람에 에이즈에 감염된 기아문제는 또다른 사회문제거리다.에이즈에 감염된 고아는 공식집계로 3천2백여명이다.한국정부에서도 「차우셰스쿠의 고아」들을 위해 무상원조를 했다.이 무상원조로 부크레슈티의 시내에 보건소를 짓는 중이고 올 가을쯤 완공될 예정이다.
그리고 시내에는 짓다만 건물의 흉한 모습이 곳곳에 있다.공산독재시절 추진하던 건축은 자본주의체제로 전환하면서시장경제원리에 맞지 않아 중단된 채 도시미관을 해치는 한편 시민의 생활에 불편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동구국가라도 폴란드에서는 사정이 정반대다.바르샤바에서는 돈주고도 집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부동산시장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평당 임대가격 평균 1백65달러(약 13만2천원)정도.동구사회에서는 엄청난 값이다.
대우가 바르샤바에 가장 높은 40층짜리 호텔을 짓고 건설사업에 뛰어들 계획을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 높은 부동산가격 때문이다.대우는 중국 연변에 구축한 호텔망과 함께 호텔체인 이름을 「대우호텔」이라고 이름지을 방침이다.
루마니아대학 교수 월급은 한달에 50달러(4만원).가정부 월급 25달러보다 2배정도의 금액이다.대우자동차 근로자는 직급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보다 3배인 1백50달러선이고 광부는 2백50달러를 받는다.〈부크레슈티=박정현 특파원〉
1996-06-2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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