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감옥에 가둘수 없다”/무죄선고받은 이도행씨·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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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6-27 00:00
입력 1996-06-27 00:00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둬둘 수는 없습니다』
「한국판 OJ심슨 사건」으로 불린 치과의사 모녀피살 사건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도행씨(33·외과의사)는 26일 하오 6시35분쯤 서울 영등포교도소에서 풀려난 뒤 조영래 변호사의 책 제목을 빌려 소감을 밝혔다.
뿔테안경을 쓰고 흰색 라운드 티셔츠에 검은색 바지 차림의 초췌한 모습으로 교도소를 나선 이씨는 어머니 유한순씨(63) 등 가족들의 마중을 받으며 9개월만의 자유를 실감했다.
이씨는 『지금 이 순간 검찰과 경찰,아무도 믿지 못하겠다』고 말문을 연 뒤 『범인으로 짐작되는 사람이 있다』며 진범을 직접 잡아 진실을 밝히겠다고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이씨의 어머니 유씨는 『죽은 아들이 살아 돌아온 기분이다』라며 『다시는 아들과 같은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씨의 변론을 맡아 극적으로 무죄판결을 이끌어낸 김형태 변호사(40·덕수합동법률사무소)는 『처음에는 이씨가범인이라는 의심도 들었지만 접견과정에서 무죄라는 심증을 굳히고 3개월여동안 검찰의 증거를 뒤집는 「탄핵증거」를 수집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외국의 최신 논문을 검색하는가 하면 범행에 사용된 커튼끈과 비슷한 것을 구하기 위해 동대문시장 등지로 뛰어다닌 끝에 사망시간 등 14가지 쟁점에 대해 검찰측 증거를 완전히 뒤집는데 성공했다.〈박용현 기자〉
1996-06-2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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