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와 새 총장(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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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6-24 00:00
입력 1996-06-24 00:00
우리에게는 『이화여자대학교가 있다.』

역사가 단절되고 민족이 말살되는 시련을 겪을 때,독립을 갈망하며 피흘려 싸울 때,신흥 대한민국이 설립되어 근대화를 이룰 때,그 모든 국운의 고비에서 안팎으로 기여한 빛나는 여성인력을 1세기동안 길러낸 곳.

그 이화대학교가 새로 11대 총장을 맞았다.기혼의 한국여성 총장으로는 처음인 장상총장의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기혼이나 미혼이 총장역 수행에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그런데도 그 부분에 대한 화제가 두드러졌던 것에서도 「이화」에 대한 일반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이 짐작된다.

여자만 다니는 대학은 우리에게 더 있고 세계적으로도 얼마든지 있다.그러나 한번 교정에 들어오면 한 학기가 다하기 전에 어느 다른 대학과도 닮지않은 「이화인」의 개성이 각인되는 독특한 학교가 「이화」다.진취적이고 거침없고 자부심에 넘치는 유능한 여성인력을 길러내는 「이화」를 세계가 인정한다.

딸이고 누이이고 어머니이고 할머니인 「이화인」의 영향에서 무관한 한국인은 별로 없을 것이다.그러므로 우리의 미래도 「이화」와 무관할 수 없다.특히 지금은 「좋은 어머니」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다.고급 지성으로 육성해 놓고도 녹슬려 묵혀두는 여성인력 자원의 낭비도 문제지만,다른 많은 앞서간 나라들처럼 우리도 가족의 붕괴현상이 걱정되는 세월에 이르러 있다.



「이화인」들이 깨달으면 그런 많은 우려를 줄일 수 있다.하이테크시대이고 정보화시대인 미래는 물리적 힘의 능력보다 정밀하고 섬세한 지력이 더욱 소중한 시대이다.그리고 협상과 타협의 평화능력이 절실히 필요해지는 시대다.새로운 여성에게 우리는 그런 희망을 건다.그리고 새 총장을 맞는 「이화인」들이 그중의 많은 것을 충족시킬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에게 이화여자대학이 있다」는 것을 긍지로 삼고 있는 우리는 그 희망이 이뤄질 것을 믿고 기대한다.〈송정숙 본사고문〉
1996-06-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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