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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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6-08 00:00
입력 1996-06-08 00:00
그래서 정부는 1966년7월13일 을숙도일대를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보호해왔고 국제자연보호연맹(ICUN)도 이곳을 「동양최대의 철새도래지」로 공인했다.83년 학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큰고니·청둥오리·가마우지·댕기물새·마마도요등 1백37종 10만여마리의 철새가 을숙도를 찾아왔고 수백·수천마리의 새가 한데 어울려 군무를 펼칠 때는 일대장관을 이루어 관광명소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87년 낙동강하구둑이 완공되면서 섬의 일부가 물에 잠기고 인근에 들어선 공단이 내보내는 폐수 때문에 생태계에 변화가 생기면서 철새낙원으로서의 옛모습은 사라져갔다.지난해 이곳을 찾은 철새는 20여종 4만여마리로 83년에 비하면 종수는 1백17종,마릿수는 6만여마리나 줄어들었다.조류학자들은 을숙도를이대로 방치할 경우 멀지 않아 철새를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을숙도가 제모습을 잃게 되자 학계와 환경보호론자들은 이곳을 람사협약의 보호대상지로 등재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국제기구의 힘을 빌려서라도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의 명성을 되찾자는 것.람사협약은 71년 이란의 람사에서 체결된 것으로 철새의 서식지인 늪지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전세계 84개국 7백22개 늪지가 보호대상지로 등재돼 있다.환경부도 95년3월 인도에서 열린 람사협약회의에서 올 상반기중 을숙도를 보호대상지로 등재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부산시의 반대로 유보된 상태.
2002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을숙도일대의 재개발,가덕도신항만조성등 도시의 면모를 일신해보자는 부산시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세계적인 철새도래지가 도시개발 때문에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은 가슴아픈 일.을숙도의 자연환경을 살리고 개발도 병행하는 그런 묘안은 없는지 가슴이 답답하다.〈황석현 논설위원〉
1996-06-0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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