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과 시민정신(사설)
수정 1996-06-04 00:00
입력 1996-06-04 00:00
그중에서도 압권은 마침내 한·일공동주최로 결정되었을 때 보여준 우리의 성숙함이다.한·일간의 발전적 미래를 위하여 단독개최에의 미련을 깨끗이 승화시키고 화해와 협조의 모습을 세계에 보여준 유치대표들의 모습.그와 함께 국민간에 형성된 우호적이고 관대한 금도는 우리의 자부심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정신을 활력으로 전환하는 일이다.그것은 시민의 몫인 것이다.우선 서울부터 점점 심각해지는 공해도시의 불명예를 벗어나야 한다.구석구석에서 악취가 풍기는 더러운 도시에서는 세계의 대표를 맞아들이고 지구촌의 팬을 이끌어들이는 일이 어렵다.품위 없는 운전문화와 대책 없는 거리질서는 모처럼 세계손님을 초대해놓고 나라망신시키는 꼴이 되고 만다.
이런 일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먼저 기초질서부터 확립해야 한다.그것은 국민소득이 높다고만 되는 일은 아니다.각성한 시민의 정신력으로만 성공시킬 수 있는 일이다.
국민소득규모로는 시민정신의 위대함을 충분히 과시할 만한 경지에 우리는 와 있다.적어도 월드컵을 단독으로 유치하는 것에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능력과 재능을 이번에 우리는 입증했다.
그리고 우리는 올림픽을 치러낸 나라다.하이테크산업을 이룬 나라에 알맞을 만한 하이테크올림픽을 성공시킨 나라다.그때 우리는 시민정신도 멋있게 검증받은 국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마음놓고만 있을 수 없는 형편에 있는 것이 우리이기도 하다.올림픽의 성과를 후퇴시키고 갖가지 증후를 앓아왔기 때문이다.그것을 이제부터 회복해가야 한다.월드컵공동개최의 결정이 났을 때의 감격을 그대로 되살려야 한다.공동으로 치를 월드컵에는 그런 과제도 부과되어 있다.즉석에서 품질이 비교되는 월드컵,그것은 시민정신에 성패가 달린 일이다.이제부터 그것을 형성해가야 한다.
1996-06-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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