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 아태전략 분석」 중국군사과학원 부성례 연구원(해외논단)
수정 1996-05-31 00:00
입력 1996-05-31 00:00
중국인민해방군 군사과학원이 발행하는 잡지 「국방」은 최근호(5기)에서 군사과학원 외군부소속 부성례연구원이 쓴 『미국의 아태전략을 분석한다』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다음은 이 글의 요지이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이 세계 안전과 발전에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가고 있다.세계 문명의 중심이 아·태지역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이 이 지역에대한 전략적 비중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 지역의 발전과정과 영향력을 통제,조정하고 미래에 형성될 새질서 주도 및 세계 패권유지를 위해 미국은 지난 94년 「참여와 확장을 위한 국가안전 전략」을 확정했다.클린턴정부가 발표한 이 전략의 목표는 미국의 ▲전략적 우위확보 ▲새질서에서의 미국의 지도적 지위유지 ▲대항적 라이벌국가의 출현방지 ▲국의 가치 및 제도로의 세계 개조등으로 요약된다.
냉전종식뒤에도 미국에 아·태지역의 전략적 의의는 변함없다.미국의 「세계적 이익」은 아·태지역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2차대전후 3대전쟁인 한국·베트남·걸프전등은 모두 아시아에서 벌어졌다.현재 미국이 맺고있는 방위동맹 7개중 4개조약(한국·일본·태국·필리핀)이 아시아국가들과 맺고 있다.탈냉전뒤 미국이 가상하고 있는 전쟁발발 가능지역으로 한반도와 걸프지역이 꼽히고 있는 사실도 아·태지역과 미국 국익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아·태지역은 세계의 지도국가로서 패권을 유지해 나가려는 미국이 가장 큰 도전에 부딪치는 곳이기도 하다.중국·일본·러시아등 3개 대국이 서태평양 연안에 자리잡고 있다.미국이 누누이 「진지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외치는 5개 공산당 국가 가운데 쿠바를 제외한 중국·조선·베트남·라오스등 4개국도 아시아에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때 아·태지역은 미국의 경제진흥과 세계제패의 관건이 된다.이미 미국의 대아시아 무역비중은 40%로 대유럽 무역을 초과하고 있다.3백만 미국인의 취업자리가 이 지역 수출에 의지하고 있고 세계 10대 신흥시장중 4곳(중국·인도·인도네시아·한국)도 이곳에 있다.
냉전종식후 부시 행정부가 국가안전전략에서 제기한 태평양공동체란 개념은 클린턴정부에 의해 「신태평양 공동체」로 발전됐다.이 전략의 목표는 ▲번영 ▲안전 ▲자유 세가지 단어로 요약된다.번영은 지역 경제활동에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지역경제에서의 미국의 지배적 지위확보를 의미한다.안전은 지역 각국들의 관계조정과 위기제거를 통해 미국의 이익이 손상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또 자유는 미국의 구체적인 이익을 증대하기 위해 미국의 제도와 관념을 확산,보편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태평양 공동체」를 유지하는 4개 축으로는 ▲미·일 전략관계의 활성화 ▲경제개방과 무역확대 ▲민주주의 지원 ▲지역군사동맹등이다.4개 축을 중심으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강대국이나 동맹 결성을 막는 것이 미국의 「신태평양 공동체」의 목표다.이를 위해 미국은 정치적으로 「인권수호」,「민주촉진」을 구실로 아·태국가들의 내정에 간섭하고 경제적으로 지적재산권의 보호,균형무역의 시행,무역장벽 제거를이유로 아·태국가들에 압력을 가해왔다.
군사적으론 「맹방의 방위의무 담당」을 강조했으며 「반핵·반미사일 무기확산」,「역량균형유지」의 명목으로 아·태지역에 10만 주둔군을 유지하고 동맹국에 대량의 첨단 무기를 판매하며 아·태지역의 일을 간섭해 왔다.
앞으로 미국은 세계패권 유지를 위한 「신태평양공동체」라는 아·태전략 구상을 적극 추진해 나가면서 이 지역 일에 대한 간섭의 강도를 높여나갈 것으로 전망된다.우선 이를 위해 미국은 일본·한국·필리핀·태국·대만등 맹방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또 민주정치에 대한 강조를 통해 동아시아의 사회주의 국가를 서방화시키며 전체 아·태지역국가들을 서방화시키는데 역량을 기울일 것이다.APEC등 경협기구를 통한 지역내 경제 침투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아·태지역에의 적극참여를 위해 미국은 동아시아에서의 10만 군사력유지등 미군의 능력강화와 동맹국과의 합동군사훈련등 군사지원 증대를 추진하고 있다.또 일본·한국·대만·필리핀·말레이시아등에 첨단무기의 판매,무기확산을 구실로 한 북한과 중국에 대한 경제제재시행,동맹국들에 대한 군수물자 및 대규모 공격무기의 판매등도 밀고 나가고 있다.또 지역에서의 다자간 안보대화의 촉진등 안전메커니즘의 수립과 이를 「신태평양 공동체」의 궤도속에 편입시키려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이 순탄치만은 않다.93년 APEC회의에서는 일부 참가국들로부터 냉대를 받아야 했던 것이다.우선 패권주의적 전략은 다극화되는 세계사의 조류에 반한다.미·중·일·러·아세안등 5개 축이 경쟁·공존을 거듭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것이다.게다가 미국의 패권강화를 경계하는 서방동맹국들의 도전에 부딪치고 있다.미국의 국력하강과 아시아국가들의 성장도 이같은 전략에 역작용을 한다.그러나 변화를 거듭하는 세계정세속에서도 미국은 아·태전략목표의 달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으로 보인다
1996-05-3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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