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쌍중 1쌍이 헤어졌다는 말에(박갑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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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5-25 00:00
입력 1996-05-25 00:00
가령 「조선왕조실록」(인조18년조)을 보자.재상이었던 장유의 부인 김씨가 그아들 선징의 이혼문제로 글월을 올리고 있다.선징의 아내가 병자호란때 오랑캐병사한테 잡혀갔다온 위에 성미까지 감때사납다는 데서였다.중신이 논의한 끝에 임금은 『공신집안 일이라 그 청을 들어준다』고 「결재」한다.
양반집안에서는 소박이 이혼이었다고 이능화의 「조선여속사」는 적고있다.아내가 지아비 마다하는 걸 안소박,지아비가 아내 돌보지않는 걸 밭소박이라 했다.상민의 경우 다음 두가지였다.그하나가 사정파의.부부가 마주앉아 서로 함께 살수 없는 사정을 말하고 헤어지는 일이다.다른 하나가 할급휴서.휴서란 이혼증빙문이다.나라법에 이혼조문이 없으므로 서류는 쓸데가 없다.그러므로 이혼하는 남녀가 서로 윗옷깃 한자락씩을 가위로 잘라주어 휴서로 삼았다.물론 어쩌다 있는 일일뿐 흔해빠진 일은 아니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이혼은 혼인신고 건수에 비겨 18.1%인 것으로 알려진다.5쌍중 한쌍이 헤어진 셈이다.75년의 6.0%에서 볼때 20년사이 3배가 늘었다.부정이 으뜸사유임은 여전하지만 「본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의 비중이 높아져가는 점에 주목해야겠다.참는게 미덕(인지위덕)이라는 옛말은 시대의 흐름앞에 빛이 바랜다.
신혼여행가는 비행기 속에서 갈라서기도 한다는 세상이다.권리의 신장에 따라 개성이 강조되면서 경제적으로도 매이지 않을수 있게된 시대상황이 이혼을 쉽게하는 요소로 되고있는 듯하다.그렇긴해도 오늘의 이혼은 예의·염치를 잃으면서 무람없어진 윤리관하며 참을줄 모르게 된 이기주의 시류와 떼어놓고 생각할수 없지않나싶다.더구나 자식이 딸린 경우는 그「죄」가 크겠건만 자기감정과 편익만 좇으면서 그게 몰고올 상하좌우의 파장을 의식않는 흐름이다.
삶의 길이 그하나더냐,까짓것 한번의 인생 기나 펴고 살아야지…한다치자.하지만그마음으로는 새길을 찾는다해서 하나같이 이상향이 열리는 것도 아니다.설사 또 겉보기에 행복하다 해도 평생을 두고 마음속에는 그림자가 어른거릴터.『인생이란 끊임없는 참음과 양보의 과정』이라는 옛말을 반드시 케케묵었다 할 일인가.〈칼럼니스트〉
1996-05-2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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