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교수 집단사직 분위기 확산/가열되는 한·약분쟁 이모저모
수정 1996-05-17 00:00
입력 1996-05-17 00:00
한약조제 시험을 둘러싼 한·약분쟁이 격화되며 한의학계와 약학계 모두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실력대결에 나섰다.
○…15일 한약조제시험 출제장에서 집단 퇴장한 한의대 교수 출제위원 9명은 하나같이 『문제가 너무 쉬울 뿐 아니라 문제속에 답이 있다』고 약사회측을 맹비난.
예컨대 「사슴의 뿔로서 보혈효과가 좋은 약은」이라는 4지선다형 문제는 인삼·녹용·대추·감초를 보기로 들었다.「가래 등에 효과가 있는 살구의 씨로서…」라는 문제는 인삼·행인·당귀·대추를 보기로 들어 살구 행자를 알면 정답을 알 수 있다.
백미는 「계지가용골모려탕에 들어가는 약이 아닌 것은」이라는 문제.보기는 약명에 나타나 있는 계지·용골·모려 등 3개와 나머지 한개를 들었다.틀리면 바보일 정도이다.
그러나 약사회는 『난이도 조정을 통해 쉬운 문제도 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응수.
○…한의사들의 휴업 소식이 알려진 16일 한의사협회 사무실에는 수많은비난 전화와 격려 전화가 수백통 걸려와 하루종일 북새통.
○…이 날 낮 12시 경희대에서 열린 한의과 대학 교수들의 비상총회에서 교수 54명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키로 결의한데 이어 나머지 16명도 곧 동참키로 의견을 모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동국대 원광대 경원대 세명대 등 다른 한의학과의 교수들도 동조에 나섰다.
경희대 한방병원 주변에는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결의로 자칫 입원환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지금까지 일주일에 네차례 해온 진료가 단계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한약사회도 이 날 하오 3시 서울 서초동 약사회관에서 긴급 이사회를 갖고 대응방안을 논의.한 관계자는 『이사회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며 『더 이상 물러서거나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
○…전국 약학대학 학생회협의회 회원 30여명도 상오 10시쯤 과천 정부 제2종합청사 앞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면담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했다.
○…시민 박용길씨(56·서울 마포구 망원동 479의 87)는 『국민건강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싸워서 되겠느냐』며 『서로의 권리를 주장하기 앞서 국민을 생각해 타협을 통한 바른 해결방안을 모색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고영훈·박상숙 기자〉
1996-05-17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