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시대­구식교육/경종민 과기원교수(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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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5-16 00:00
입력 1996-05-16 00:00
불과 2백년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선비들은 과거시험을 치르기 위해 몇달간 한양길을 걸어서 다녔는데,벌써 그 당시 유럽에서는 산업혁명이 일어나 증기기관에 의한 배와 기차가 만들어지더니,개척과 발명의 정신이 신대륙 미국땅으로 건너가 비행기와 자동차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교통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인간의 행동반경을 넓혀주었다면 전화,라디오의 발명으로 시작된 통신기술의 발전역사는 이제 광섬유와 무선 채널을 기반으로 한 위성통신,이동통신,광대역 복합 정보통신 등에 이르러 인간의 사고와 지식 교류의 폭을 엄청나게 넓혀주고 있다.통신기술의 발전은 가속화되고 21세기 이후의 세상의 모습은 엄청난 변화를 겪을 것이다.

그런데 요사이 우리의 초·중·고교생들이 공부하는 내용과 방식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왜냐하면 이들이 받고 있는 교육의 모습은 필자가 이삼십년전에 받던 그것과 똑같이 그저 외우기 위주인데,이들이 살아가고 꾸려가야 할 미래는 이런식의 교육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도전적이고 활동적이기 때문이다.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첫째,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어수선한 현재의 상태에서 새로운 미래의 작품을 명쾌히 뽑아내는 창의력이요 둘째,큰 일 속에서 자기 몫을 찾아 다른이들과 의견을 나누고 협력하는 능력이다.



세계 전체가 하나의 시장이 되면 정말 일등 상품만이 팔릴 수 있고,일등 상품은 창의력과 협동력을 겸비한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혼자 구석 책상에 앉아 상관없는 많은 지식을 외워대고 시험지 위에 토해 놓는 지겨운 연습으로 학창시절을 다 보낸 우리 젊은이들이 21세기를 어찌 살아갈지 실로 걱정된다.

명백하고 도도하게 세계는 변화의 물결을 맞고 있는데 우리 교육의 실체는 놀라울 정도로 구태의연하다.적성과 무관하게 일류대학만 찾는 진학 지도자나 엄마 등쌀에 새벽부터 밤늦도록 학교,학원,과외로 뺑뺑이 돌고 녹초가 다 되어 귀가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21세기를 몇년 앞둔 오늘 더 어색하고 초라해 보인다.
1996-05-1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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