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세계질서 확보 노력에 일·유럽 동참을”(해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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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5-14 00:00
입력 1996-05-14 00:00
클린턴 대통령이 이란과의 교역및 투자를 전면 금지시키자 프랑스의 한 석유회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본래 미국회사 차지인 6억달러 계약을 따내갔다.대만위기를 둘러싸고 미국이 중국과 맞서는 동안 유럽의 에어버스 항공제작사는 미국 보잉사를 제치고 중국과 수억달러짜리 계약을 체결 했다.

이것 말고도 많은 사례들이 미국인들의 혈압을 바짝 올리고 있다.우방들이 세계의 여러 무뢰배 국가들의 버릇을 고치는데 미국을 앞장세우곤 스스로는 뒷전에 머무르는 일이 너무 잦다.미국이 모두에게 득이 될 국제무역질서의 준수와 핵확산의 차단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동안 미국이 지나치게 엄하다고 운을 떼며 미국기업체 대신 많은 계약을 휩쓸어가 버린다.



미국 의회는 이를 대단히 괘씸하게 여겨 리비아나 이란의 석유산업에 투자하는 외국회사를 벌줄 법안을 숙의중이며 유럽의 관리들은 이에 단단히 화를 내고 있다.제안된 법안은 알려진 만큼 엄중하지도,전면적이지도 않다.하지만 한 나라가 단독으로 일방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는건 아니다.미국은 게다가 무뢰배 국가이기는 비슷한데 가끔 매우 다른 대우를 하기도 한다.시리아는 이란과 똑같이 테러리즘 후원국가로 찍혔지만 이란처럼 미국으로부터 전면적인 무역·투자금지 조치를 당하지 않았다.북한과 리비아는 똑같이 핵무기제조를 추진하고 테러리스트를 보호하고 있지만 리비아에 대해선 고립우선으로 나가는 반면 북한과의 접촉은 오히려 권장되고 있다.그러나 미국의 이 정책선택이 원칙없이 제멋대로 이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이런 선택은 언제나 기준이 분명할수 없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사안이 복잡하더라도 다른 나라에 외교적 설득에 앞서 미국의 정책을 다짜고짜로 강요하는 것은 대개의 경우 건방진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마찬가지로 유럽과 일본은 미국의 강경자세에 대한 불평에 앞서 지켜야 할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미국의 정책에 기꺼이 협력하거나,아니면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미국 워싱턴포스트 5월12일>
1996-05-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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