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DJ 직할체제 “이상기류”/김 총재 행보 제동거는 조짐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1996-04-24 00:00
입력 1996-04-24 00:00
◎수석부총재제 중진 반란으로 백지화/총무경선에 동교동 입김 전혀 안먹혀/김상현 의장 지방순회 제지도 볼썽 사납게 돼

선후 미풍의 상태지만 국민회의에 이상기류가 감지된다.이러한 기류는 김대중 총재에게 「항명」하는 차원까지는 아니지만 그의 행보를 주춤거리게 하고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총선부진을 이유로 당내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김총재의 대선가도에 대한 회의론이며,다른 하나는 당 체제정비에 관한 김총재의 구상과 행보의 수정이다.특히 후자는 당 장악력의 약화로 이어지는 조짐이다.

먼저 총선후 누구도 드러내놓고 야권분열이 수도권의 패배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하지는 않지만 내심으로는 수긍하는 분위기다.특히 낙선자들과 은밀히 얘기를 나누면 『야권분열이 악재였다』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이들은 『호남표는 올만큼 왔다』라는 당의 공식입장과 달리 20∼30대의 낮은 투표율과 호남표의 이반을 그 이유로 꼽는다.달리 표현하면 이대로 97년 대선을 치러서는 어렵다는 얘기다.

조세형 부총재는 비록 간접화법이지만 『호남표 일부가 등을 돌린 이유를 알아내야 한다』고 터놓고 뼈아픈 충고를 한다.그만큼 김총재의 「상품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전면에 부상중인 김상현 지도위의장의 수도권 대망론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97년 이후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그는 『앞으론 수도권에서 대권주자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김의장의 구상은 결국 97년 이후에는 3김청산과 당권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압박인 셈이다.그러나 총선결과가 구상의 토대였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김총재에 대한 회의론과 그 궤도를 같이한다.

이러한 압박은 김총재의 행보에 제동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대표적인 것이 금주말 단행될 당직개편에서 총재대행 원내 수석부총재를 임명하려던 계획의 백지화다.그러나 이 체제는 당이미지 쇄신과 자신이 원외인 점을 감안,김총재가 무게를 실었던 구상이다.결국 세력약화를 우려한 중진들의 「반란」으로 무산된 것이다.

또 총무경선도 예전과 같지않다.철저한 자유경선이라고 이미 선언한 바이지만 동교동계의 입김이 먹혀들공간이 거의 없다는 게 당내의 중론이다.「전북 푸대접론」의 공공연한 부상과 후보단일화 움직임과 이른바 재야와 일부 초선의원들의 이해찬당선자 경선출마 종용등이 그것이다.이미 친소관계에 따라 각 그룹이 이합집산의 형식으로 각개약진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김상현 의장의 비호남권 위로방문 계획을 김총재를 비롯한 지도부 공동방문으로 주저앉힌 것도 모양사나운 꼴이 된 형국이다.총선과정에서 자금지원등에 대한 비호남권 지구당위원장들의 불만을 추스리며 「당내 2인자」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려던 김의장의 행보를 「도발」로 여긴 결과다.

물론 이러한 당내 기류는 아직은 「찻잔속의 태풍」에 불과하다.그 파장이 어느 선까지 나아갈지는 미지수이나 총선전엔 누구도 감히 예상하기 어려웠던 변화임엔 틀림없다.〈양승현 기자〉
1996-04-24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