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시훈 기사 주목해 보자(박갑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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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4-20 00:00
입력 1996-04-20 00:00
그가 말한 「목표」는 「본보기」로 해석하여 옳을듯하다.조치훈선배처럼 일본기단에 돌개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뜻 아니었던지.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을 잇는다.『나는 덴겐을 목표로 일본에 온것은 아닙니다.나의 바둑은 이제부터죠』.그가 「제2의 조치훈」이란 표현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도 「유시훈류」를 의식한 개성때문이라고 해석해 봄직하다.
화산이 터지는듯한 기세로 몰아붙이는 공격형바둑이라는 평을 받으면서 뻗어오른 유6단.그는 드디어 「목표」에 접근했다.일본기전3위 혼인보(본인방)위를 놓고 조치훈9단과 대결하게 되지않았는가.외국에서 맞붙는 한국인끼리의 대매판에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유6단이 다가선 「목표」 조치훈기사가 누군가.80년들면서 일본기전 1·2·3위인 기세이(기성)·메이진(명인)·혼인보를 싹쓸이했던 효장 아닌가.그후 교통사고로 가라앉아 있기도 했지만 89년 44기혼인보를 되뺏어 지난해까지 내리 7기를 지켜냄으로써 무서운 저력을 보인다.그사이 1위 기세이까지 되찾아냈으니 전성기 못잖은 뒷심이다.유6단은 이 거목에게 부딪쳐간다.
전통의 혼인보전은 전기와 후기로 나누어볼수 있겠다.전기는 그들의 전국시대로까지 거스른다.법명이 닛카이(일해)인 초대혼인보 산사(가납산사:재위1612∼23)로부터 21대 슈사이(전촌수재:재위1908∼38)에 이르기까지.슈사이는 38년 은퇴하면서 혼인보란 이름을 일본기원으로 넘긴다.후기는 그이름을 이어받은 선수권전 우승자 세키야마(관산리일)6단으로부터 쳐내려온다.혼인보라는 이름은 앞서의 닛카이스님이 거처하던 잣코지(적광사)안의 암자이름에서 딴것이라 한다.
혼인보하면 갑신정변의 김옥균과 관련이 깊어서 더욱 흥미롭다.몇해전 19대혼인보 슈에이(토옥수영)와 두었다는 기보가 국내신문에 실려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그와의 교분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슈에이가 오가사하라(소립원)섬으로 유배된 김옥균을 찾아가 위로하며 바둑을 두었을 정도로.김옥균은슈겐(토옥수원:16대)·슈호(촌뢰수보:18대)·슈사이(21대)혼인보와도 친교가 있었다고 한다.
첫판은 5월13∼14일에 둔다.승패야 어떻든 정상에서 노니는 25세 유6단이 여간만 미더운게 아니다.분투를 기대한다.〈칼럼니스트〉
1996-04-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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