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승리 신한국당에 부쳐/김학준 단국대 이사장(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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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4-13 00:00
입력 1996-04-13 00:00
15대 국회의원 총선이 여당인 신한국당의 승리로 매듭지어졌다.이로써 김영삼 대통령은 남은 임기동안 훨씬 자신있게 국정을 이끌 수 있게 됐다.이 계제에 필자는 정부와 여당에 대해 몇가지 주문을 하고자 한다.
첫째,정부와 여당은 이번 결과에 대해 결코 자만해서는 안된다.적지않은 실망과 분노를 표출시키고 싶었지만 그래도 신한국당에 많은 의석을 준 뜻은 여당의 패배가 가져올 정국의 혼란과 민생의 어지러움을 피하겠다는 국민 다수의 안정추구 심리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 행위가 빚어낸 엄중한 위기 상황은 국민들로 하여금 정부와 여당의 실정을 따지기에 앞서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주어야겠다는 판단으로 기울게 만들었다.이 점을 깊이 깨달아 정부와 여당은 승리에 희희낙락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더욱 반성하고 국민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겸허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선 권부의 주변을 다시 한번 정밀하게 살피라는 요구와도 맥을 같이 한다.「깨끗한 정부 정직한 여당」의 이미지를 국민속에 확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둘째,총선의 법적 뒤처리를 공명정대하면서도 신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법을 어겨 당선된 경우에는 거기에 상응하는 법적 조처가 엄중하면서도 빠르게 취해져야 할 것이다.
분명히 지적하거니와 이번 총선은 통합선거법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혼탁하게 치러졌다.이 점은 정치권과 유권자가 함께 반성해야 할 일이다.선거가 더이상 혼탁하게 치러지지 않기 위해서 불법 당선자를 가려내는 일이 관계당국에 의해 법의 절차에 맞게 신속히 진행돼야 할 것이다.
셋째,지역 할거주의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과감한 조처들이 취해져야 한다.이번 총선은 우리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감정을 더욱 심화시켰음을 직시할 때 정부와 여당부터 초당적인 차원에서 해소책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선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지역감정을 부추겨 당선된 의원들부터 자기 비판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그러한 행태를 국회의원들이 버리지 않는다면 망국적인 지역대결은 앞으로 더욱 격심해질 것이다.
넷째,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를 안정시키고 중소기업들을 살리는 쪽으로 더욱 분발해야 한다.정부와 한국은행 및 국책연구소들이 발표하는 경제지표를 서민들은 별로 믿지 않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오늘날의 경제상황을 낙관만 하지 말고 각계각층 국민들의 경제생활이 보다 더 향상될 수 있도록 진지하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북한 문제와 통일문제 그리고 대외문제를 보다 더 침착하고 사려깊게 다뤄야 할 것이다.인기에 너무 집착해서 언동이 요란스런 외교와 협상을 하게 되면 손해는 국가와 국민이 보게 된다.이 점을 깊이 반성하고,신중하면서도 신축성있게 대외상황을 이끌어가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15대 국회는 21세기를 여는 국회임을 명심하라고 당부하고자 한다.20세기를 잘 마무리 짓고 21세기를 잘 열어가는 매우 중요한 작업들이 이번 국회에서 진행되는 만큼 정부와 여당은 세기적 전환의 시점에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책임졌다는 무거운 사명감 아래 성실하게 일해야 할것이다.
국민들은 15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벌써 내년 12월로 예정된 대통령선거를 향한 이른바 대권경쟁이 뜨거워지는 것이나 아닌가 경계하고 있다.국민들의 이러한 시선을 정치인들은 무섭게 느껴야 한다.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선거를 걱정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시대를 걱정하는 정치가가 몇사람쯤은 나올 때가 되지 않았는가.
1996-04-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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