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달인 황병기씨 초청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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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4-10 00:00
입력 1996-04-10 00:00
가야금의 연주와 작곡에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황병기(61·이화여대교수)씨가 전국 6개 도시 초청공연에 나선다.
오는 26일 광주 문예회관을 시작으로 대전(5월28일·대덕과학문화센터) 부산(6월3일 부산문화회관),전주(9월5일 전북예술회관),대구(9월18일 대구문화회관),서울(11월1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96황병기 초청 전국가야금연주회」.
각 지방에서 교수활동과 연주활동에 정진하고 있는 그의 제자 성심온 성애순 박현숙 민미란 김남순 윤소희 김철진 이경자 황병주 최문진 정해임씨 등이 기획한 뜻깊은 무대다.63년 작곡된 첫 작품 「숲」을 비롯,「봄」「미궁」「침향무」 등 황교수의 가야금 창작신곡들을 제자 30여명이 연주하는 자리에 스승이 특별 연주자로 참가하는 것이다.
이 초청공연에서 그가 연주할 곡은 「남도 환상곡」.마지막 부분이 현란한 연주기교의 휘몰이로 전개되고 중간중간 느리고 비장한 계면조가 삽입된 작품으로 지난 93년 발표됐던 것이다.
『특별한 준비요? 없어요.늘 하듯 작곡 구상하고 가야금을 연주할 뿐 이지요』 후학들과 함께 가야금을 연주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면서도 자신의 가야금 소리처럼 잔잔하고 담백한 자세를 보일 뿐이다.올해 환갑을 맞은 그에게 제자들은 사은의 뜻도 담고 있지만 그쪽으로는 굳이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황교수는 지난 수십년간 공들여 짜온 가야금 산조가락 정남희제 황병기류를 최근 완성,국악계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월북한 가야금의 달인 정남희의 제자 김윤덕선생으로부터 가야금 산조를 배운 그는 정남희제 가야금산조를 완성하기 위해 일제시대때 나온 SP판을 구입,새로운 자신의 유를 탄생시켰다.40∼50분 길이인 일반 산조와 달리 연주길이만도 70분에 달한다.『정남희제가 그러하듯 들으면 금세 솔깃해지는 대중적인 곡이 아닙니다.지적인 분위기와 구성력이 뛰어난 역동적이고 튼실한 곡이지요』
머지않아 악보 발표와 함께제자들에게 연주토록 할 계획이다.CD제작도 구상하고 있다.
오는 5월25일에는 KBS관현악단 협연으로 현대양악 작곡가 백병동,서영세(재미교포)·구본우 씨와 함께 창작가곡발표회를 갖는다.이날 초연될 그의 가곡은 한용운 시를 토대로 한 「알수없어요」.또 지난해 말 두산그룹이 창립1백주년을 맞아 그에게 위촉한 새 가야금곡 「달하 노피곰」도 마무리 작업중에 있다.8월 전후 초연될 예정.
대규모 해외 학술대회·음악제도 그를 기다리고 있다.오는 7월14일 독일 다름슈타트에서 열리는 국제 현대음악제에 참가,개막콘서트에서 연주하고 22일에는 미국 LA서 열리는 국제한국학세미나에서 「다문화속에서 고유문화의 계승」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다.10월에는 미국 동부지역을 순회하며 4차례 강의를 겸한 연주회를 가질 예정.
최근 서양음악에 경도돼 있는 우리 음악현실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나는 어떤 종류의 사명감도 갖고 있지 않다.당연히 그 문제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이 해야 할일을 게으름 피지 않고 할 뿐이라는 설명이다.매난의 기품에 비견되는 그의 가야금연주가 일상생활에 그대로 배어있는 모습이다.〈김수정 기자〉
1996-04-1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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