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을 버리고 본 일본­일본인/「김현구교수의 일본이야기」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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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4-02 00:00
입력 1996-04-02 00:00
◎역사·문화적 배경서 일인 행동·사고 이해/한·일 삭가의 허실해부… 객관적 접근 중시

일본은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지난 2∼3년동안 「일본은 없다」느니,또는 「있다」느니 그 나라를 비평·분석한 책이 숱하게 나왔지만 「일본 바로알기」는 아직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이런 가운데 그 화두를 푸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할 만한 책 「김현구교수의 일본 이야기」가 최근 나왔다(창작과비평사 간).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인 지은이는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일본 고대사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국내에 드문 일본사 권위자.그는 8년동안 일본에서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인의 행동·사고방식을 역사·문화적 배경에서 심층분석하면서 가치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었다.따라서 기존 비평서가 대부분 갖는 한계,곧 「한국인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을 나름대로 해석해 선·악을 판정한 약점을 넘어서고 있다.

김교수는 먼저 한·일 양국민이 상대에게 갖는 고정관념부터 살핀다.대표적인 예가 우리는 일본인을 「야만인」으로,일본인은 우리를 「더럽다」고 본다는 것.이같은 판단의 기초가 된 현상은 ▲우리는 한여름에도 단정한 옷차림을 하는 게 예의인데 일본인은 속옷(훈도시)바람으로 돌아다닌다.▲일본인은 매일 목욕을 하는 데 견줘 한국인은 자주 하지 않는다는 것들이다.

김교수는 이런 고정관념이 일제강점기에 생겨나 지금껏 내려온다고 풀이한다.양국민 접촉이 크게 늘어나면서 한국인이 보기에 벌거벗다시피한 일본인은 「야만인」일 수밖에 없고,거꾸로 일본인은 목욕을 소홀히 하는 한국인을 「더럽다」고 보게 됐다는 것이다.『그러나 이는 자연조건이 달라 생겨난 문화차이일 뿐이다.이땅의 여름 날씨는 바람이 많아 옷을 어느 정도 갖춰 입어도 되며 목욕않고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반면,일본은 습기가 심해 목욕을 늘 해야 하고 옷은 여럿 걸치기 힘들다.이 때문에 생활양식이 다른 것을 양국민은 자기 기준에 맞춰 일방적으로 상대를 판단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김교수는 이와 함께 우리가 일본을 얕잡아 보거나 비난할 때 흔히 하는 말들,곧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토끼장 같은 좁은 집에 살면서 일만 하는 경제동물이다」「해외여행을 해도 단체로 깃발만 따라 다닌다」는 식의 평가에 대해 허와 실을 밝히고 그런 행동을 가능케 한 일본인의 의식세계를 역사적 맥락에서 깊이 있게 해부했다.

그렇다고 김교수가 「일본을 위한 변명」을 시도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그는 『일본의 특질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설명하다 보니 좋은 점에 대한 서술은 칭찬으로,나쁜 점에 대한 서술은 변명으로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스스로 인정했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미운 것은 미운 것이지만 일본을 잘못 알리면 일본과의 싸움에서 지는 길로 인도하는 짓』이며 『일본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우리는 일본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게 극일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이용원 기자〉
1996-04-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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