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휘 체제의 앞날(총통선거 이후의 양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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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3-25 00:00
입력 1996-03-25 00:00
이번 대만 총통선거결과는 한마디로 이등휘총통과 45년간 대만을 통치해온 집권 국민당의 압승으로 요약된다.이총통은 중국의 무력위협속에 진행된 선거운동기간중 줄곧 중국으로부터 대만의 주권을 지킬 수 있도록 50%이상의 지지를 모아달라고 호소했다.유권자는 이 주문을 훨씬 웃도는 54%의 지지를 보낸 것이다.
2위를 차지한 야당인 민진당은 지난 89년에야 비로소 활동이 합법화됐다.조직·자금·인물 모든 면에서 어차피 국민당과 대적하기 힘든 위치에 서 있었다.
대만언론은 일제히 이번 선거결과의 첫째 의미를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내세우고 있다.이 말은 지난 10여년간 진행돼온 민주화작업이 맺은 결실이라는 자부심을 담고 있다.
이등휘총통은 오는 5월20일 제9대 대만총통으로 취임하게 된다.하지만 앞으로 그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이번 선거에 담긴 「역사적」인 의미만큼이나 중대하고 어려운 일이다.
지금 대만사회는 처음 맛보는 민주화의 길목에서 복잡미묘한 변화와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이런 미묘함은 선거결과에도 그대로 반영됐다.지금 대만사회를 규정짓는 가장 큰 특징은 「대만독립이냐,본토와의 통일이냐」와 「민주화」 2가지로 요약된다.그런데 유권자는 「대만독립」과 「민주화」를 당론으로 내세운 민진당 대신 「본토와의 통일」「안정된 개혁」을 주장한 국민당을 택한 것이다.
지난 49년 모택동군대에 패배해 대만으로 넘어온 국민당정부는 그 뿌리를 대륙에 두고 있고 본토와의 통일(본토수복)을 공식당론으로 내세우고 있다.거기에다 대만출신이 이미 총인구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총통이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은 대만인의 머리속이 그만큼 미묘하고 이중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즉시 독립을 내세운 민진당의 팽명민후보가 21%의 지지만을 끌어내는 데 그친 게 한가지 반증이다.
중국이 무력시위를 한 목적이 지난해 6월 이총통의 미국방문이래 강화돼온 대만내의 독립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었다면 중국은 이번에 큰 실책을 한 셈이다.무력위협은 대만주민 사이에 안정희구심리를 높여 이총통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분위기를 낳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대만인의 의식속에는 중국의 무력위협이 아니라도 중화민족은 떨어져 살아도 한 형제라는 중화심리가 분명히 자리하고 있다.한 대만정치인은 이 심리의 현실적인 해결책을 『대륙과는 현상태를 유지하되 국제사회에서 지금보다 보다 나은 대접을 받는 것』으로 설명했다.
이를 반영한 것이 바로 이총통의 실용외교노선이다.통일을 내세우면서도 미국도 방문하고 유엔가입도 추진해 주권국가로서의 행세를 하겠다는 것이다.하지만 이 노선의 부작용은 중국의 무력위협으로 나타났다.주민의 이 소화하기 힘든 주문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이총통의 선결과제다.
아울러 지식인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사회전반의 본격적인 민주화개혁,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지고 있는 공해문제,교통란,주택란등 국내문제도 산적해 있다.양안긴장이 진정되면 이 국내문제가 금방 전면으로 부상할 것이다.이번 선거의 역사적 의미만큼이나 지난한 과제가 이총통의 어깨에 얹혀져 있다.〈대북=이기동 특파원〉
1996-03-2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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