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폭력성 고발/페터 한트케작 부조리극 「카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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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3-20 00:00
입력 1996-03-20 00:00
◎새달 7일까지 뚜레박소극장서 공연

부조리극 「관객모독」으로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의 「카스파」(고금석 연출)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뚜레박소극장(745­9710)무대에 오르고 있다.

지난 68년 초연 이래 독일을 비롯한 유럽 연극계에 큰 충격을 주었던 「카스파」는 언어와 인간 자의식의 함수관계를 따지는 언어연극.

독일 뉘른베르크의 한 토굴속에서 15년간 갇혀지내다 1828년 발견된 실존인물 카스파 하우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언어를 전혀 배우지 못한 자연상태의 인간이 언어를 습득하면서 겪는 정신적 성장과 혼란,그리고 몰락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발견 당시 카스파는 『난 옛날 어떤 사람 같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문장 하나만을 말할 수 있었다.그러나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그는 「자신의 문장」이 파괴되는 「언어적 고문」을 당하게 된다.가까스로 새로운 언어질서에 적응한 카스파가 『나는 한 인간이 되었다』고 선언하지만,계속 주입되는 문장들은 그를 정신적 혼란상태에 빠뜨리고 마침내 몰락의 길을걷게 만든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언어가 인간에게서 독립,마침내 인간을 지배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언어의 폭력성을 다룬 탓에 주제가 다소 무겁기는 하나 TV모니터를 활용한 다양한 영상구성과 음성증폭기를 동원해 꾸미는 소리의 파장이 흥미를 자아낸다.

4월7일까지.평일 하오 4시30분·7시30분,토·일 하오 3시·6시.〈김재순 기자〉
1996-03-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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