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이름으로 포장된 상업성 공연(객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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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3-15 00:00
입력 1996-03-15 00:00
◎바이올리니스트 바네사 메이 연주회를 보고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의 대담한 변신인가.나이어린 대중 음악가의 완벽한 상품화인가.

「클래식계의 이단아」로 불리며 공연계에 화제를 뿌려온 싱가포르 태생 바이올리니스트 바네사 메이(17·영국)의 첫 내한 연주회가 13일과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열렸다.

공연 이틀전인 11일 전좌석이 매진될 정도로 국내 음악팬들의 기대를 모은 이번 무대에서 관객들은 「자유로운」클래식연주자의 모습이 아니라 클래식에서 「이미 벗어난」 대중음악가 바네사 메이의 공연을 즐겼다고 봐야 할것같다.

등이 훤히 팬 초미니원피스드레스 차림에 흰색 전자바이올린을 들고 나온 메이는 5인조 백밴드가 앰프를 통해 쏟아내는 강한 비트의 음악과 화려한 조명속에서 무대·관객 사이를 오가며 격렬하게,때로는 「고전적인」모습으로 준비된 곡들을 선보였다.

편곡된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파가니니의 「캄파넬라」,팝송 「블랙 오어 화이트」 등이 그녀가 연주한 곡들.「캄파넬라」를 연주할때는 명바이올린 과다니를 사용하고 피아노 반주는 그녀의 어머니가 맡기도 했다.

일단 이 공연은 2천3백석을 가득메운 청중과 그들의 환호,이어질 레코드 판매를 감안할때 주최측 입장에서는 흥행에 성공한 공연임에 틀림없다.주관사(태원예능·삼성나이세스) 준비부족으로 40분이나 늦게 공연이 시작된데다 통역 없이 진행됐는데도 관객들로부터 아무런 항의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세계정상급 아티스트들이 받는 8만달러의 개런티에 걸맞지 않는 바네사 메이의 바이올린 연주솜씨와 남성 백댄서들과 선정적인 몸짓으로 꾸민 무대는 결국 이 공연을 「독특하고 신나는 팝공연」으로 정의짓게 했다.애초「클래식…」운운하며 뒤를 따라 다닌 수식어는 그녀가 전속된 영국음반사 EMI와 국내 주관사의 홍보문건에 지나지 않았다.

즉 클래식과 오락성을 함께 즐기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의 속성을 겨냥한 고도의 상술이 들어맞았다고 할까.

『속았다』 『앞으로 국내 대중음악인들의 음악당 대관신청을 거절할 명분이 없어졌다』는 예술의 전당 관계자의 푸념에서도알 수 있는 대목이다.
1996-03-1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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