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불안한 평온” 유지/이기동 특파원 대만 현지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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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3-14 00:00
입력 1996-03-14 00:00
중국의 네번째 미사일 발사실험은 대만해협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그 팽팽한 긴장속에서도 야당인 민진당의 도전적인 대만독립의 목소리는 멈추지않고 있다.그러나 집권 국민당정부 일각에서는 정면대결을 피하자는 매우 절제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대북의 분위기도 정치권의 상반된 목소리만큼이나 안정과 긴장이 혼재하고 있다.중국의 대규모 군사적 위협에도 불구하고 대북의 전체적인 외형적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하고 안정돼 있다.
대북에 있는 한 호텔 지배인은 13일 『나는 중국의 무력시위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않는다.중국은 많은 희생을 각오해야하는 무력침공의 모험을 하지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북시민들의 일상생활도 비교적 안정돼 있다.학교,직장은 정상적으로 문을 열었고 시내 중심가의 대형백화점들에도 태연스런 표정으로 쇼핑나온 사람들로 북적댔다.
그러나 중국의 무력시위는 적지않은 부분에서 대만사람들에게영향을 미치고 있다.많은 사람들이 달러를 바꾸기위해 여전히 은행으로 몰리고 있으며 이민을 떠나려는 움직임도 많아지고 있다.달러를 바꾸기위해 외국은행에서 줄서있던 한 회사원은 『중국의 무력침공이 두려워 가능하면 빨리 이민을 가고 싶다』고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북시민들의 불안한 모습은 거리를 지나던 사람들이 가게에 설치된 TV앞에 모여 중국의 미사일발사와 군사훈련등을 보도하는 방송뉴스를 보는 심각한 표정에서도 읽을 수 있다.
대만의 독립과 강경대응을 주장하는 민진당원들의 중국비난 목소리도 거리의 긴장을 높이고 있다.민진당은 12일 1차 미사일 낙하점인 기륭항 인근해역으로 「대만은 독립주권국가이다」라고 쓴 깃발을 배에 달고 나가 중국국기를 불태우고 돌아왔다.물론 민진당은 일관되게 2개의 국가원칙을 고수하며 대만의 완전독립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보다 주목되는 것은 국민당의 입장이 신중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징후이다.12일 대만행정원 대륙위원회의 장경육 위원장은 『정부는 1개의 중국원칙을 한시라도 포기한 적이 없다』고 천명했다.11일 전기침 중국외교부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대만에 1개 중국원칙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한 요구에 답한 셈이기도하다.그는 이에 덧붙여 본토의 중국정부가 대만의 정책에 대해 심각한 오해를 하고있다고 말했다.대만의 군부,외교부,그리고 이총통자신까지도 최근 수일 사이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은 눈에띄게 삼가고있다.
지금의 위기는 결국 양안관계에 놓인 뿌리,즉「하나의 중국」문제에서부터 풀어나가야한다고 이곳 외교전문가들은 말한다.중국이 무력시위를 시작하며 내세운 구실은 「중국문제에 대한 외세개입 반대」와 「대만의 독립선언 반대」두가지였지만 실제로는 국제무대에서 대만의 외교관계 확대를 꾀하는 이총통에게 총통선거를 앞두고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들이 있다.대만의 외교관계 확대노력을「2개의 중국」을 향한 움직임으로 보았다는 것이다.실제로 국민당정부는「하나의 중국」원칙을 지지하되 통일의 시기가 무르익을 때까지는 지금의 2국가 체제를 가능한한 오래 지속하겠다는 대도를 취해왔다.중국으로서는 이게 못마땅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13일 연합보와 중앙일보등 대만의 몇개 주요일간지들에 이제 강택민 총서기와 이등휘 총통 모두 상대를 자극하는 말을 삼가고 대화의 바탕을 넓혀나가야한다는 요지의 글들을 실었다.하나의 중국이라는 큰 틀에는 의견이 접근돼있으니 충분히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이총통 자신도 과거 『분리독립을 반대하고 재통일을 지지한다는 말을 1백30번도 더 했다』고 밝힌바 있고 강택민 총서기도 자신은 하나의 중국원칙 아래 평화통일을 지지한다고 밝힌바가 있다는 점을 이들 신문들은 지적했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은 그러면 언제,어느 선까지 계속될 것인가.일각의 분석대로 이총통의 선거에 악영향을 주기 위한 기도가 내포돼있는 것이라면 총통선거를 전후해 수그러들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설사 그렇더라도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적으로 대만의 투자분위기 위축등 경제적으로 몰고올 후유증은 적지않을 것이라고 말한다.대만의 불안한 미래가 대북시민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는 것같다.<대북=이기동 기자>
1996-03-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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