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로 경제체질 강화됐다/유장희 대외 경제정책 연구원장(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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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3-04 00:00
입력 1996-03-04 00:00
세계화란 지난 시대의 제도와 관행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국민의 역량을 함양함으로써 하나로 통합되고 있는 지구촌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세계일류국가로 뻗어나갈 수 있게 하는 총체적 노력으로 정의될 수 있다.경제적 측면에서는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를 맞이한 세계경제에 뛰어들어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는 동시에 이에 수반되는 책임을 다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경제 분야에서는 그동안 세계화를 위해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평가할 수 있다.우선 우리경제의 체질강화에 가장 중요한 물가안정을 위한 노력이 결실을 거두어 부동산 투기심리가 진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만성적이었던 인플레 심리가 사라지고 물가가 4%수준에서 안정되고 있다.이와 더불어 작지만 강력한 정부를 지향하는 재정개혁을 통해 낭비요인을 철저히 배격하면서 국가경쟁력 제고와 국민편의 증대에 필요한 사업을 추진해왔을 뿐만 아니라 세제개혁을 통해 조세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면서 재정수입의 안정적 확보를 도모해왔다.
특히 정부 총예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방위비 등 고정지출이 대폭 절감된 점,예산편성에 있어 흑자원칙을 도입함으로써 재정의 경기조절능력을 강화한 점,사회간접자본의 확충에 필요한 재정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담세율을 20% 이상으로 인상한 점,부동산실명제의 실시,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등은 정부의 강력한 개혁의지 없이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아마도 금융개혁은 우리경제의 세계화 달성을 위한 정부노력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그동안 문민정부는대출금리의 95%수준의 자유화를 비롯한 금리의 자유화 확대,외국인 투자개방의 확대 등 외환 및 자본시장의 자유화 확대,은행인사의 자율화,자금운용의 자율성 제고 등을 통하여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왔다.특히 정부가 단행한 금융실명제는 공정·투명하고 합리적인 제도개선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문민정부의 행정규제완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도 우리경제의 세계화에 일조를 했다고 할 수 있다.정부의 경제활동에 대한 간섭,지시,통제 등은 우리경제에 있어 거의 관습처럼 여겨져 왔으며 결국은 행정의 효율성 저하와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이에 문민정부는 경쟁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 및 절차 등을 대폭 완화·간소화하기 시작하였으며,최근의 정부발표에 의하면 그동안 약 1천7백35건의 조치가 실행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정부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은 국내의 정책 및 제도의 개혁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계속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우리기업의 영역을 넓히는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우선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의 결과에 따라 관련되는 우리의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선진국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위한 협상이 진행중에 있고 협상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경우 금년중 가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또한 순수하게 경제적인 측면만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유엔안보리 이사국 진출은 우리나라의 세계화에 하나의 이정표를 기록한 것으로 평가된다.이외에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의 적극적인 참여와 주도적인 활동도 우리경제의 세계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경제내에는 국내시장은 가급적 내국인의 몫으로 남게하려는 폐쇄적 관행이 잔존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이러한 폐쇄적 사고방식,국내에만 집착하는 경제활동 등은 세계경제와의 통합을 통한 우리경제의 재도약의 기회를 상실케하는 위험을 수반하고 있다.작년이후 추진되고 있는 교육개혁은 앞으로 우리나라세계화의 주역이 될 창의성있는 인재의 양성에도 기여하겠지만 잔존하고 있는 국내의 폐쇄적인 인식을 바꾸는데도 일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으로 볼때 세계화 달성을 위한 문민정부의 개혁 2년의 성과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그동안 정부는 꾸준한 개혁과 변화를 통해 우리경제의 세계화 달성에 필요한 하부구조를 민간경제에 상당부분 제공해왔다.그 결과 우리경제의 세계화를 위한 토대가 구축되었고,세계화의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가 국민사이에 폭넓게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또한 최근들어 대부분의 기업들이 세계화를 주요한 경영목표로 삼고 있는 바,이같은 민간부문의 자발적인 움직임은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 바람직한 변화라고 하겠다.
1996-03-0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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