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공판 판정패” 평가/검찰 독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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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2-29 00:00
입력 1996-02-29 00:00
◎「뇌물」 증명·비자금 사용처 제시 못해/“2차공판때 보자”… 구체적 혐의 챙겨

검찰이 독이 올랐다.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의 첫 공판이 남긴 안팎의 평가 때문이다.

수사와 신문을 맡은 서울지검은 겉으로는 평온하다.전씨의 「당당함」 등 첫 공판은 예상했던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바깥 공기는 다르다.여러 군데서 『검찰이 판정패했다』는 소리가 들린다.전씨 측에 밀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마음이 편할 리 없다.특별수사본부에서도 비슷한 진단이 나온다.

비판의 본질은 전씨가 받은 돈이 포괄적 개념의 뇌물이라는 점을 뚜렷이 각인시키지 못했다는 데 있다.전씨는 특혜와는 전혀 관계 없는 순수한 성금이었다고 주장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비자금의 구체적 사용처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따가운 비판이다.검찰은 사건의 정치적 성격,전씨 진술의 신빙성,자금추적의 어려움 등을 하소연한다.지금까지 밝혀낸 것만 하더라도 최선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첫 공판에서 검찰은 세가지 점에서 허를 찔렸다.

전씨의 건강상태가 양호한데 가장 놀랐다.신문이 4시간이 넘었는데도 별 탈 없이 버텼다.때문에 「서서 10분,앉아서 30분」이라고 진단한 의료진도 못마땅하게 여긴다.

변호인의 성동격서식 작전에 말려든 것도 아프다.김성호 부장검사가 공소요지를 낭독한 뒤 변호인이 감행한 의견진술은 기습이었다.

자존심도 상했다.재판부가 공소사실 가운데 「뇌물성」에 대한 보강을 요구한 것이다.전씨의 진술을 끊으려다 주의받은 점도 그렇다.

검찰은 자칫 사면초가로 몰릴까 신경쓰는 눈치다.물론 첫 공판의 「패배」를 전화위복으로 삼겠다는 자세도 역력하다.

우선 법무부와 협의,전씨를 안양교도소에 다시 가둘 참이다.「괘씸죄」 때문이 아니냐는 오해를 막기 위해 재수감 시기를 고려 중이다.

오는 4월15일의 2차 공판에서는 「본때」를 보이겠다고 벼르고 있다.전씨의 뇌물수수 혐의를 구체적,적극적으로 다그쳐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정치권 유입자금 등 「뇌관」인 비자금 사용처까지 건드릴 수도 있다는 기세다.

반면 전씨측은 결정적 「히든 카드」는 지닌 것처럼 흘리고 있다.검찰과 전씨측이 정면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형국처럼 보인다.<박선화 기자>
1996-02-2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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