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바로세우기는 험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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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2-27 00:00
입력 1996-02-27 00:00
꼭 70일만에 또 한사람의 전직대통령이 수의차림으로 재판정에 섰다.노태우씨에 이어 피고인석에 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모습에서 우리는 국민들의 뼈를 깎는 자괴의 아픔,한서린 분노를 만나게 된다.

전씨는 우선 노씨와 같이 비자금문제,즉 특가법상 뇌물죄로 법정에 섰다.이들 두 전직대통령에게는 「원죄」라 할 12·12,그리고 5·18관련 재판이 별도로 준비돼 있다.79년 박정희 대통령시해사건 이후 문민정부 출범때까지의 역사에서 굴절됐던 대목들이 모두 심판대에 오르는 것으로 그 「주범」이랄 수 있는 전씨의 재판은 바로 역사바로세우기의 핵이 아닐 수 없다.때문에 전씨는 7천억원대의 비자금과 관련한 이번 재판은 물론 추후 12·12,5·18재판에서 모든 진실을 올바로 밝히고 역사 앞에 참회해야 할 의무를 국민들에게 지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전씨는 첫날 재판에서 뇌물임이 분명한 비자금에 대해서까지 총선자금,정치자금이라 강변하며 지난날의 그릇된 관행에 책임을 전가하는 떳떳지 못한 자세를 보였다.새삼 역사바로세우기가 얼마나 힘든 과업인가를 느끼게 했다.그러나 전씨는 민의를 억압할 수 있었던 때의 과오를 더 이상 덮어둘 수 없는 문민시대임을 한시바삐 깨닫고 참회의 자세로 재판에 임해야 한다.그것만이 국가와 자신을 위하는 길이다.아울러 이 시대를 이끌어온 정치권,그리고 사회 상층부도 자신들이 머리속 또는 가슴으로 과거시대의 공범이 아니었던가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함께 자성해야 하리라고 본다.

전직대통령 재판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다.그러나 우리는 감정에 치우쳐 과거를 들춰가며 서로 헐뜯고,자학하거나 파당적 이해로 시대의 흐름을 왜곡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자괴심과 분노를 털어버리고 이성으로 시시비비를 가려 하루빨리 역사를 바로잡고 후손들을 위한 국가대계를 세우는 일에 나서는 것만이 전직대통령들을 법정에 세운 아픈 교훈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는 길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1996-02-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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