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관계 급랭 가능성/러 대표부 총격사건후 양국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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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2-15 00:00
입력 1996-02-15 00:00
◎57년 체결 범죄가 인도조약 형식적으로 유효/러 범인 인도땐 국제여론 비등… 망명수용 고려

북한 청년 한명이 14일 평양 주재 러시아 무역대표부에 경비병을 사살하고 침입,망명을 요구한 사건은 91년 옛소련 붕괴후 냉각돼온 러시아·북한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평양 주재 외교분석가들은 이번 사건이 두나라 관계에 「큰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옛소련과 북한은 범죄경력이 있는 탈주자의 경우 상대방측에 인도한다는 내용의 조약을 지난 57년 체결한 바 있으며 이 조약은 폐기된 적이 없어 형식적으로는 아직 유효한 상태다.

그러나 러시아측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조약을 준수할지의 여부는 불분명하다는 것이 평양 주재 외교관들의 분석이다.

또 러시아인이나 북한인 어느쪽도 지금까지 상대방 국가에서 정치적 망명을 요청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도 이번 사건의 해결방식에 대한 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

평양 주재 러시아 무역대표부나 대사관측은 현재 이번 사건에 대한 논평을 거부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 역시 망명사건의 발생사실만 확인할뿐 향후 처리방안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않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측이 북한 청년의 망명을 수용할 경우와,이를 거부하고 신병을 북한당국에 인도할 경우로 나눠 두나라의 향후 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 북한의 강력한 반발로 그동안 형식적으로나마 우호상태를 유지해온 양국관계가 한층 멀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 유지로 얻는 실질적 이익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망명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정치적 망명의 경우 수용하는 것이 국제법의 정신이며 거부할 경우 쏟아질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도 러시아의 수용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북한인을 북한에 인도할 경우 러시아·북한관계는 일단 극단적인 악화 가능성은 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은 우선 이 청년이 권총을 소지하고 경비병을 3명이나 사살한 범죄인이란 점을 내세워 신병인도를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군부 인사들은 러시아측과 협상을 벌이기 위해 현재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수시로 드나드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아무튼 이번 망명사건이 어떤 방식으로 해결되든 향후 북한·러시아 관계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평양 이티르티스 연합>
1996-02-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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