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뒤진 고입 성차별/함혜리사회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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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1-23 00:00
입력 1996-01-23 00:00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생활 향상의 기초가 되는 산업교육 진흥을 목적으로 지난 63년 제정된 이 법을 새삼스럽게 거론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최근 논란이 된 「고입선발고사 남녀차별」의 원인을 제공한 법이기 때문이다.
이 법 제2장 5조는 「지방자치단체는 매학년도 중학교 졸업생수의 2분의 1 이상이 산업교육을 실시하는 고등학교 과정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산업교육기관의 설립 및 확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시·도 교육청은 실업고 정원을 매년 늘려 가면서 이를 기준으로 이듬해 인문계 고등학교 입학 정원을 조정해 왔다.
가장 중요시해야할 고교 진학 대상자의 남녀 성비와 인구변동 등 객관적인 기준은 배제시켰다.더구나 상당수 여학생들이 고교졸업 후 취업하기 위해 여상진학을 선호한다는 이유로 학교 수용정책 자체를 「남자 일반고,여자 실업고」로 정해 실업고 정원비율은 여학생(55.3%)이 남학생(44.7%)보다 높게 해 놓았다.
그 결과 올 중학교졸업 남녀 비율이 51.5대 48.5인데 반해 일반고 남녀 정원은 55.2대 44.8로 조정됐고,남학생 합격선 이상의 점수를 받고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1만명에 가까운 여학생이 선발고사에서 탈락할 처지에 놓였다.
평등교육을 위해 평준화를 단행한 교육당국은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우리 헌법을 무시한채 성차별적 사고방식으로 교육정책을 운용해온 것이다.
여학생들 사이에선 8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실업고 선호도가 상당히 높았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세계화,국제화와 함께 여성인력의 활성화가 국가적 과제로까지 떠오르고 있으며 대부분 여학생들이 대학을 나와 남자들과 어깨를 맞대고 당당히 사회활동을 하려한다.
이번 사태는 22일 피해여학생을 구제키로 교육부가 방침을 정함으로써 일단락되긴 했으나 교육정책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1996-01-2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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