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행정부 예산싸움 여파/미 대사관들 “SOS”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1996-01-05 00:00
입력 1996-01-05 00:00
◎각종 공과금 못내 사실상 “업무 마비”/유학생 등 아주민 비자 못 받아 큰 피해

20일째로 돌입한 연방정부 부분폐쇄로 미행정부의 많은 기능이 마비된 가운데 특히 3백여개에 달하는 국무부 산하 해외주재 대표부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해외주재 대표부들의 경우 지난 연말까지 해당국에 납부해야 하는 각종 공과금을 납부하지 못한 것은 물론 1만9천여명에 달하는 현지고용인들에 대한 급료 미지급 등으로 사실상 업무마비 상태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니컬러스 번스 국무부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하노이주재 미대사관이 전기요금 1천6백달러를 못내 베트남 당국으로부터 단전 위협에 직면해 있고 쿠바의 미 이익대표부는 생수값을 못내 트럭운전사로부터 대금 지급 때까지 물 배달이 거부되고 있으며 모스크바주재 미대사관은 현지고용인들의 급료 지불을 위해 급전을 쓰고 있다는 워싱턴 포스트지의 이날자 보도를 대체로 시인 했다.

번스 대변인은 또 예산지급 중단으로 대사관의 경비를 맡고 있는 사설경비회사에도 비용을 지불하지 못해 대사 등 요인들의 경호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에 그루지야 등 치안이 불안한 나라에서는 신변안전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지역 미국공관의 업무중단으로 한국의 신혼부부들,신학기를 준비해야 하는 아시아의 미국 유학생들,그리고 춘절(우리의 구정·2월19일)을 이용,미국관광을 준비하려는 대만·싱가포르·홍콩·중국 등의 여행사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해외여행중 여권을 분실한 미국시민이나 현지법의 위반으로 재판에 회부된 미국시민들도 대사관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폐쇄시 공무원들의 무보수 근무가 금지되는 미연방법과는 달리 이유없는 해고를 금하는 현지 노동법의 저촉을 받는 현지고용인들은 일없는 출근을 계속하고 있으며 국가마다 급료지급이 지연될 때는 일정액의 이율을 가산해주도록 돼있어 이래저래 미국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미국내에도 해외여행을 위한 20여만건의 여권신청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으며 새로이 해외포스트로 임명을 받은 외교관들도 임지로 떠나지 못하고 있다.더욱 큰 문제는 외교대국 미국의 신경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세계각국의 대표부들과 연결된 외교통신망 조차도 단절이 임박해 있다는 사실이다.의회와 행정부간의 예산싸움 불똥은 해외로까지 튀어 외교대국 미국의 위신에 먹칠을 하고 있다.<워싱턴=나윤도특파원>
1996-01-05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