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제도 부활 시도…실현성 희박/본지입수 러 공산당「입법초안」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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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12-20 00:00
입력 1995-12-20 00:00
총선 결과 제1당으로 떠오른 러시아 공산당은 앞으로 옐친정부의 개혁속도를 늦출뿐 아니라 공산주의시절의 여러 제도 부활을 꾀할 것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18일 본사가 입수한 「사회경제 위기탈출과 국가재앙 방지를 위한 몇가지 극단의 처방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공산당정책 입법초안을 분석하면 쉽게 알 수 있다.모두 8개항으로 된 이 초안은 러시아공산당이 복수정당제와 사유재산을 분명히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공산당 정책과는 구별되고 있다.
초안은 특히 공산당의 주요정책을 원내에서 관철하기 위한 최초의 법적 토대라는 점과 향후 공산당의 정책방향을 조망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비중을 가지고 있다.
초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재민영화」 조항.여기서는 옐친정부 민영화 조치의 토대였던 모든 법적 조항의 개정,국영기업에 대한 더이상의 민영화를 즉각 중지할 것 등을 포함하고 있다.이미 민영화된 기업에 대해서는 다시 국유화하지 않겠다는 방침과 중소기업의 보호·민영화는 계속 살려나가겠다는 방침이 천명돼 있다.
다음으로는 지방정부 통제 아래 「인민자치기업체」를 창출하겠다는 것.국부의 원천인 에너지업체 등 유수기업을 국유화시키려는 한 방편으로 풀이된다.또 국가계획경제체제를 수립하고 화폐·금융제도를 계획경제체제에 맞게 개혁하고 한편으로 주요 공산품의 가격통제정책도 부활시킨다는 방침이다.화폐·금융제도의 개혁 가운데는 국영은행에서 통화의 수급조절뿐만 아니라 저축기능을 부가하는 내용도 들어있다.이는 민영화의 과정에서 자신들이 「불법」이 개입됐다고 판단한 모든 재산을 몰수,국고로 환수시키려는 계획의 하나로 평가된다.이밖에도 국가기획위원회를 대통령직속으로 신설,단기적으로 「현재의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2개년계획」을 별도로 수립하겠다는 내용도 눈에 띈다.이 기구는 바로 경제에 관한 국가통제를 확립하기 위한 상설기구다.또 다분히 상징적인 정책이지만 소비에트시대처럼 「인민들을 국가권력의 최상위기관」으로 선포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같은 계획들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엄청난 재난과 쇼크만을 가져다줄 뿐이라는 것이 서방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이미 러시아는 민영화대상기업의 80%인 11만8천여기업체가 민영화돼 있으며 러시아국민의 27%인 4천만명이 개인주식을 가지고 있다.또 러시아국민의 33%인 5천만여명은 이미 민영화부문에서 각자의 몫을 챙기고 있어 공산주의의 계획경제는 러시아 전역에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다.공산품가격 통제제도 역시 국가세입을 감소시켜 되레 그들이 강조하던 사회복지 부문에의 투자를 감소시키는 모순을 낳을 수도 있다.
이 초안은 급진적 정책전환인 동시에 공산당의 정강정책과 상호모순되는 점이 많아 옐친정부와는 물론 외회내에서도 파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모스크바=유민 특파원>
1995-12-2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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